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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코로나 불황에 줄폐업…갈 곳 잃은 '재고'

입력 2020-05-2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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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문 닫은 가게에서 땡처리로 나온 물건들이 모이는 2차 시장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물건은 들어오는데 사 가는 사람은 없으니, 헐값에 팔리는 것을 감수하거나, 창고에서 쌓아만 두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종로의 한 옷가게입니다.

가게 앞에 상자가 하나둘 쌓입니다.

[옷가게 운영자 : 코로나 이후에 매출이 거의 반 이상, 70% 이상 떨어진 상황이고요. 예를 들어 10장 들어오면 7~8장은 남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결국 팔지 못한 옷 200벌과 신발 500켤레를 재고 처리업체에 내놨습니다.

싼값에 재고를 처분하는 이른바 땡처리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모임이나 나들이가 줄면서 음식점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 방문으로 폐쇄된 주점 맞은편에 있는 식당입니다.

바닥 타일을 깨고, 주방 선반을 뜯어냅니다.

이곳은 폐업한 음식점으로 3일째 철거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천장에는 이렇게 끊어진 전선들이 축 늘어져 있고요.

이쪽으로 와보시면 주방으로 사용됐던 공간인데요.

비교적 최근까지 사용했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런 식재료나 식기들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박상남/철거업체 관계자 : 한 50~60% 정도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계속 폐업하는 데만 나오니까 안타깝죠.]

폐업한 가게에서 나온 재고와 중고품들이 모이는 2차 시장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집니다.

들어오는 물건은 넘치는데 재판매로 순환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천장까지 옷이 빼곡하게 쌓여있습니다.

겨울용 패딩부터 청바지까지 다양합니다.

[표지성/의류 재고 처리업체 대표 : 저쪽 뒤에 있는 옷들은 유명한 쇼핑몰이었는데 버티다가 안 되니까 폐업을 하면서 다 정리를 하셨어요.]

최근 재고 매입 요청이 60%가량 늘면서 보관 창고를 더 늘렸습니다.

비닐에 포장된 옷들이 옷걸이에 그대로 걸려있습니다.

마치 옷가게를 그대로 옮겨온 듯 한 모습입니다.

주로 동대문 옷가게들이 폐업하면서 들어온 재고들인데요.

이쪽으로 와보시면 옷으로 꽉 찬 큰 봉투 수십여 개가 무더기로 쌓여있습니다.

보통 동남아 등으로 재판매되지만, 코로나 이후 수출 거래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표지성/의류 재고 처리업체 대표 : (동남아) 바이어가 못 들어오는 상황인 거죠, 한국에. 80%는 회전이 바로 됐는데 요즘엔 10~20% 정도만. 창고료만 엄청나게 나가는 상황이에요.]

폐업한 가게에서 물건이 쏟아져나오면서 중고품의 가치도 떨어졌습니다.

[김강수/중고 주방용품 판매업 : 개업이 없으니까 재고가 자꾸 쌓이고 폐업하시는 분들도 제값을 못 받게 되는 거고.]

국내 최대 중고 주방기기 시장인 황학동 주방거리도 활기를 잃었습니다.

[이호정/황학동 시장 상인 : 새것들이 안 나가니까 할인을 많이 해요. 그럼 중고가 더 안 나갈 거 아니에요. 중소업체들이 또 망하는 거죠.]

여름을 앞두고 가장 많이 팔려야 할 제빙기와 아이스크림 기계들입니다.

거의 새것과 다름없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렇게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건을 들일 공간도 없습니다.

[고문석/황학동 시장 상인 : 열흘 동안 열 개 팔았다면 요즘엔 두세 개 팔죠. IMF와 비교하면 말이 안 됩니다.]

[유대원/황학동 시장 상인 : 이번에 이태원 터졌잖아요? 그때 기점으로 다시 줄었어요.]

드문드문 주방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신규 창업자보다는 기존 자영업자들이 많습니다.

[최강오/자영업자 : 품목 하나 더 늘리면 좀 낫지 않을까 (구이) 기계 있나 보러왔어요.]

[이현정/자영업자 : 업종 변경이나 아니면 다른 거. 지금은 뭘 해도 안 되니까.]

오늘 서울시는 자영업자 생존자금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유통업계는 중소업체의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박람회를 열고, 시민들은 '착한 선결제 운동'을 펼치는 등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폐업을 고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갈 곳 잃은 물건들이 계속 늘어날 겁니다.

소상공인은 우리 서민 경제의 근간이자 우리 경제의 한 축입니다.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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