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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특사, 기업인 대거 배제…국민정서 고려한 듯

입력 2015-08-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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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70년을 설계할 전기를 마련하겠다며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에 기업인들이 대거 배제된 것은 특별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3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별사면을 단행하겠다고 밝히자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될 거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특정인이 아닌 사면 기준부터 세운 다음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인들을 모두 배제했다.

법무부가 13일 발표한 특별사면 대상자 중 기업인은 모두 14명, 이름이 오르내리던 기업인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만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기업이 특별사면 폭이 좁은 것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기업인 특별사면 대상자는 지난 10일 개최된 특별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보고된 안이 거의 그대로 의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정당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은 기업인이나 정치인 등에 대한 사면에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따라서 세 번째 특별사면을 노렸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5년 내 특별사면을 받은 자 배제'라는 원칙을 넘지 못한 것이다. 김 회장은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넘겨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확정 선고받았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도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로 거론됐으나 끝내 이름을 올리진 못했다. 이들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복역해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기도 했으나 사기성 어음(CP) 발생으로 발생한 피해액이 1800억원에 달하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특별사면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회사자금 횡령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형제가 동시에 특별사면 될 경우 제기될 비난 여론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특별사면은 박 대통령의 내세운 국민 통합 기조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액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은 사면해주면서 노동사범이나 시국사범, 정치인의 사면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점도 국민 통합 기조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사면대상자 220여만명 중 204만명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인한 벌점 삭제 특별감면 대상자라는 점에서 생색내기라는 비난도 없지 않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한국의 사법체계 수준이 주요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은 형 집행단계에서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별사면을 해주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볼때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사면을 통해 발생할 수 있을 거라는 경제적 이익 보다는 국민의 사법신뢰를 높이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이익이 더 크다"며 "특별사면의 남발은 국민통합이 아닌 국민불신을 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또한 "부패기업인을 사면한다고 해서 경제살리기에 보탬이 된다는 통계가 어디 있느냐"며 "부패기업인이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 자체가 국민 통합이나 경제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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