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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념사 '김원봉 언급' 후폭풍…"통합 강조" vs "분열 조장"

입력 2019-06-07 18:26 수정 2019-06-07 22:35

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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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는 없다"며 우리사회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좌우 합작을 이룬 광복군을 예로 들며 약산 김원봉을 거론했는데요. 보수야권은 "월북 뒤 김일성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인물을 추켜세웠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 통합을 강조한 취지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오늘 신 반장 발제에서는 다시 불붙은 정치권의 역사 이념 논란을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기자]

[제64회 현충일 추념사 (어제) :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 현충일 추념사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통합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애국 앞에서 이념 대립은 무의미하다"면서 "기득권에만 매달리는 건 보수든 진보든 진짜 애국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좌우 통합을 이룬 임시정부 광복군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제64회 현충일 추념사 (어제) :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습니다.]

그런데요. 이제 그만 이념대립을 끝내자는 취지의 이 발언이 역설적으로 정치권 이념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약산 김원봉, 이 이름 석자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지만 월북 후 북한에서 훈장을 받고 또 고위직을 지냈죠. 이 경력 탓에 국가유공자 서훈 추진이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끝까지 환영받진 못했습니다. 1958년 김일성 1인체제 구축 과정에서 결국 숙청이 됐죠. 남과 북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환영받지 못한 독립운동가,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 배우 조승우가 연기한 바로 그 인물입니다.

2015년 당시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신분으로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이후 페이스북에 이런 소감을 남겼는데요.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 드리고 술 한 잔을 바치고 싶다"며 "그동안 독립유공자 서훈에서 제외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반면 보수 야권은 어제 문 대통령 발언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 훈장까지 받은 사람을 추켜세웠다" 또 "앞으로 사회주의 운동가들을 서훈하기 위한 밑작업이자 꼼수"라며 비판에 나선 것입니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다른 날도 아닌 현충일에 김원봉을 추켜세우는 그런 발언을 하였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일부러 그런다고 보입니다. 겉으로는 통합을 내걸지만 실제론 균열을 바라고, 대화를 이야기하지만 갈등을 부추긴다는 생각입니다.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누구 편이냐고 다그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결국 내 편 네 편을 갈라치는 정치입니다.]

[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 : 대통령은 자기 생각과 신념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고, 사회 통합, 국민 통합을 지향해야 합니다. 김원봉 선생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1948년 월북 후에 김일성으로부터 6·25 공훈자로 훈장까지 받은 사람입니다. 도무지 대통령이 진정 국민 통합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반면 청와대는 보수야권의 반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애국 앞에서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자는 본래 취지 속에서 봐달라"는 것이죠. 서훈을 염두에 두고 언급했다는 데 대해서는 "비약"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서훈은 별개의 절차와 기준이 있고 그에 따라 정하면 될 일"이라는 것입니다. 민주당도 역사 그 자체를 보자는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지 말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해식/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어제) : 월북 이후 행적을 끌어들여, 광복군 운동 자체를 색깔론으로 덧칠하는 일이야말로 역사 왜곡입니다. 최고의 독립투사조차 포용하지 못했던 뼈아픈 배척의 역사를 이제 뛰어넘을 때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국가보훈처는 현재로서는 관련법이나 기준 개정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번 서훈 논란에 선을 그었습니다.

영화 '암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김원봉 김구 또 음지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들 외에도 친일 경찰 노덕술을 연상케 하는 배우 이정재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큰 화제를 모았죠. 바로 이 장면이죠.

[영화 '암살' (2015) : 내가 어떤 심정으로 그들을 보냈는지! 그건! 죽음을 불사하는 항전의 거름이었습니다. 재판장님! 이상입니다.]

반민특위 법정에서 "난 친일한 적 없다" 뻔뻔한 궤변을 늘어놓는 이 장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역대 박스오피스 10위 1270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였죠. 당시 야당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관람했고요. 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도 관람했습니다.

[김무성/당시 새누리당 대표 (2015년 8월 6일) : 만약 그 시대에 내가 살아있었다면 나는 과연 어떠한 형태로 독립운동 또는 나라를 위한 조국을 찾기 위한 애국 행위를 했을 것인가… 우리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그런 좋은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 이 영화를 같이 보기로 하게 된 겁니다.]

[대한 독립 만세! (만세!) 대한민국 만세! (만세!)]

같이 만세를 외쳤던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현충일에 6·25 장본인인 김원봉을 끼워맞추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덤에 누워있던 영령들이 놀라 깨어날 것"이라면서 "역사적 막말"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과거 영화 '암살'을 호평했던 것은 김원봉에 대한 인정과는 별개의 문제라고도 설명했습니다.

[김영우/자유한국당 의원 (전 국회 국방위원장) : 김원봉 그 개인에 대해서 우리가 뭐 추앙하고 존경하고 기리기 위해 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대한민국을 남침해서 사회주의 혁명을 하겠다고 하는 그런 사람들까지 우리가 존경하고 기리게 되면은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습니다. 정말 대통령께서는 이거 사과하시고 취소하시는 것이 마땅합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문 대통령 '김원봉' 언급 후폭풍…"통합 강조" vs "분열 조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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