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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크세주?"…그리고 샤를리 테러

입력 2015-01-13 21:48 수정 2015-01-1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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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크세주 (Que sais-je)"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가 남긴 말입니다. 오늘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말이기도 합니다.

"나는 샤를리다"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 지난 11일 오후 파리시내는 거리로 나선 시민들로 가득했습니다. 무슬림과 가톨릭, 유대인이 서로 어깨를 걸고 한목소리로 테러를 규탄했지요.

서로 다른 종교와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거리로 나선 모습 좀 낯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샤를리이고 또 샤를리가 아닌 정 반대의 사람들이 공존하며 또 연대할 수 있는 것일까요?

"나는 무엇을 아는가." 몽테뉴가 했다는 이 말은 나만이 옳고 나와 다른 사람은 틀리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랑스의 정신을 대표하는 '톨레랑스' 즉 관용의 기반이 된다고도 알려져 있지요.

이번 테러로 사망한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가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답니다.

"무슬림들이 우리 만평에 대해 시위하는 것을 국가가 왜 금지하나. 우리는 우리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그들도 그들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테러범들은 자신의 신념을 비판이 아닌 총으로 표현했습니다. 펜은 총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지요. 실제로 펜이 총보다 강할 리는 없을 진데…이런 말이 나온 이유는 사상과 신념. 즉 펜이 무력을 상징하는 총보다 강해야 한다는 인류의 지향점 때문일 겁니다.

종교적, 이념적 극단주의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총을 택할 때 결국 그들의 신념은 펜보다도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이 점 역시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는 권위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될 수 있겠지만 프랑스 사회의 8%가량 빈곤과 실업에 시달리는 500만 무슬림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자존심인 종교마저 조롱하는 기득권의 오만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빈곤으로, 혹은 이민자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이유로 세상을 향해 말할 권리마저 얻지 못한 이들의 분노가 테러 혹은 또 다른 무언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이미 17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지요. 사회적 갈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조선족" "탈북자" "혼혈아" "외국인 노동자" 이런 단어들이 가져오는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편견' 역시 감출 수 없는 단면입니다.

"증오는 약자의 분노이다"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말입니다.

그리고 톨레랑스의 기본이 된 몽테뉴의 '나는 무엇을 아는가' 크세주(Que sais-je) 는 약자에 대한 관용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함께 살자' 의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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