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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미국은 이제 굿바이… 중국으로 외교 방향 확 틀 것"

입력 2016-10-20 16:06

베이징 교민 간담회에서 "중국으로 외교방향 확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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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교민 간담회에서 "중국으로 외교방향 확 전환"

두테르테, "미국은 이제 굿바이… 중국으로 외교 방향 확 틀 것"


두테르테, "미국은 이제 굿바이… 중국으로 외교 방향 확 틀 것"


"이제 미국에 굿바이를 고할 때다.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은 없다. 더 이상 미국의 군사훈련은 없다."

블룸버그통신의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대통령은 19일 저녁 베이징에서 수백 명의 필리핀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필리핀의) 외교 정책은 중국으로 방향을 확 전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교민 간담회에서 중국의 원조를 환영한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내가 먼저 부탁하지는 않겠지만 만일 나에게 먼저 원조가 필요하냐고 물어오면 '물론이다, 우리는 아주 가난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철도가 필요하냐고 물어오면 '그렇다' 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소프트론(soft loan, 조건이 좋은 차관)이 필요하냐고 물어오면, 20년 장기 차관 같은 것을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라몬 로페스 필리핀 무역장관의 말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4일간 일정의 중국 방문 기간 동안 기반시설과 에너지, 통신 분야 등 25개 항목의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중국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의 30억 달러 투자 건도 포함돼 있다.

반면 70년 전통 우방인 미국을 향해서는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나는 더 이상 미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가면 우리는 그저 모욕이나 당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7월 취임한 이래로 필리핀과 미국 간 동맹에 대해 지속적인 의문을 제기해 왔다.

미국은 1946년 이후 필리핀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역할을 해 온 나라다. 두 나라는 공식적으로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을 향해 거친 막말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9월 5일 기자회견에서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사법제도를 무시한 자신의 마약범 소탕전과 관련해 정상회담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창녀의 아들"이라고 욕할 것"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그게 누군데?(Who is he?). 나는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 미국의 식민지를 벗어났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왜 범죄와의 전쟁을 문제삼는가? 미국의 인권을 보라. 그들이 이주민들을 다루는 방식을 보라"고 항변했다.

두테르테는 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을 비난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 등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비쳐왔다. 필리핀 경찰의 자료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이후 3000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들이 살해됐다.

그런 반면 중국과는 관계에서는 경제적 이득을 내세우면서 양국 간 우호적인 결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테르테는 1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장 양국이 군사동맹을 맺거나 양국 간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에너지 공동탐사 등을 추진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중국과 필리핀 간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와 관련해서는 "지나가는(passing)" 정도로 언급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카보러 암초는 2012년부터 중국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의 경우 마약 재활치료센터 설립 자금을 지원하는 등 "아주 친절한(very kind)" 나라라면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중국은 마약범죄를 소탕함으로써 사회안전을 개선시키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연착륙(soft landing)"을 모색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화춘잉 대변인은 이어 "중국과 필리핀은 올바른 길로 들어서고 있다. 남중국해 이슈와 관련해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관련된 문제들을 적절하게 다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 중국 정책에 대해 미국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는 19일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필리핀의 노력이 제로섬 게임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결국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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