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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국정원의 콜라보레이션…그리고 콜라보라시옹'

입력 2017-09-1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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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몇 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되었던 트리샤 브라운의 작품 숲의 마루입니다.

미술가와 무용가의 만남이었습니다.

콜라보레이션 흔히 콜라보라고 하지요.

비보이와 발레리나 국악과 현대 무용 제각기 다른 장르가 융합되어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례들입니다.

그러나 콜라보레이션 그 개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왔던 곳은 따로 있었습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그들이 만들어낸 콜라보는 되레 자유로운 문화를 억누르기 위한 역설의 콜라보였습니다.

국정원은 민간인 댓글부대와의 협업을 통해 여론을 흔들고자 했고 선거에 개입했습니다.

정권에 협조적이었던 방송사와의 협업을 통해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연예인들의 입을 막으려 했던 시도는 지금 그 방송사들의 파업을 거치면서 봇물처럼 폭로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늘(14일) 나온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민간인 사이버 외곽팀과의 협업을 통해서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의 낯 뜨거운 사진을 합성해냈습니다. 기가 막힌 콜라보지요.

이름 하여 공화국 인민배우 주연의 어쩌고 하는 저렴한 제목 못지않게 그 합성실력도 형편없었지만 말입니다.

사찰대상이었던 개그맨에게 사찰 내용을 문자로 잘못 보내주었다는 에피소드는 그 자체가 개그의 콜라보가 됐습니다.

콜라보레이션.

그러고 보니 그 단어는 문화적 협업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와는 아예 정반대의 의미 또한 품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어인 콜라보라시옹은 제 2차 세계 대전 때 나치에 부역했던 프랑스인을 뜻하는 고유명사였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콜라보라시옹은 부끄러운 과거를 드러내고 철저하게 청산함으로서 새롭게 나아감을 기약한다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는 지금 부역의 콜라보라시옹과 진정한 의미에서의 콜라보라시옹을 동시에 마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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