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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명분과 실리 챙긴 '윈윈' 성과…일부 '한계'도

입력 2015-12-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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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정부가 28일 양국 관계의 최대 난제(難題)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타결을 이뤄낸 것은 서로 한발씩 물러서며 '윈윈'하겠다는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가 당시 일본 군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정부 책임을 처음 공식 인정하면서 사과하고 국내에 설립될 위안부 관련 재단에 출연할 10억엔(약 97억원)의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또한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제시한 조치가 착실시 시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비판을 자제하는 한편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소녀상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법적 책임'과 '강제연행' 표현이 명시되지 않은 점 등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향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어 한계로 지적된다.

한일 양국은 이날 오후 서울에서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이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부에 책임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책임 문제에 있어서 '도의적' 수식어 등을 붙이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왔다.

지난 이명박정부 당시 일본이 제시한 이른바 '사사에안'은 일본 정부가 도의적 책임을 전제로 정부 차원의 사과와 총리 명의의 사죄 편지 전달 등을 제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번 합의문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써, 일본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문구를 명시하며 정부 책임을 분명하게 인정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2012년 취임한 이후 '사죄와 반성'의 입장을 표명한 것도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시다 외무상을 통해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14일 전후 70주년 아베총리 담화에서 "20세기에 있어 전시 중 많은 여성이 존엄 및 명예가 깊이 상처 입었던 과거 가슴에 계속 새겨나가겠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들어간 것은 여태까지 나왔던 것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요구해왔던 '강제성'에 대해 어느 정도의 표현이 들어가 있고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 만큼 한국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을 살려줬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여기에 약 97억원의 기금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방식도 이전까지 일본 정부가 민간 기금으로 '위로금'을 주겠다고 한 것에 비해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다.

하지만 '법적 책임'과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이 명시되지 않은 만큼 위안부 피해자들과 지원단체가 어떻게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명분"이라며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일본 측은 실리를 챙긴 모양새다. 한일 양국이 합의문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고 명시된 만큼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오던 일본 정부가 짐을 덜게 됐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한국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소녀상을 철거 또는 이전해달라는 일본 정부의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임으로써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부정하고 싶은 역사의 상징물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뒀다. 이는 아베 총리의 국내 정치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위원은 "아베 총리는 집단자위권 등을 추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행동반경을 더 넓히려고 하는 만큼 민감한 문제를 털고 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과제를 위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풀이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가 향후 양국 관계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양 교수는 "이번 합의가 양국 간 불신을 털고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향후 당면한 경제, 정치, 사회적 현안에 있어서도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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