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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해진 '친일·독재 미화'…국정교과서 내용 뜯어보니

입력 2016-11-28 21:28 수정 2016-11-2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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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내용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교육부는 새로 나올 교과서가 정권이나 이념에 흔들리지 않을 내용이라고 자찬했습니다. 고대부터 중국과 맞서는 모습을 강조하고 근현대에 논란이 되는 모든 내용을 서술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근현대사 부분에서 친일이나 독재의 미화가 오히려 정교해지는 등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새 교과서에 보이는 문제점, 이상화 기자입니다.

[기자]

상고사부터 조선시대까지는 대체로 민족적 자긍심 고취에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또 고조선이 만주에서 한반도쪽으로 움직였다는 이동설, 통일신라시대 대신 남북국시대라는 표현을 쓰는 등 최신 학설까지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은 대부분 근현대사에 포진해 있습니다.

친일 행위에 대한 서술은 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대폭 축소했단 지적이 많습니다.

누가 어떤 친일행위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징병 권유, 친일 단체 좌담회 적극 참여 등으로 뭉뚱그렸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는 친일파 관련 내용이 열 줄에 불과합니다.

다양한 독립운동 세력을 서술한다며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대거 늘렸지만 사회주의 계열은 단 넉줄로 줄여 대조를 이룹니다.

건국 시점 논란은 우려한 대로입니다. 건국절이란 용어만 안썼을 뿐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수정했습니다.

뉴라이트 학자들이 주장하는 건국사관을 그대로 반영한 겁니다.

우선 헌법과도 맞지 않고 그동안 역대 정부 대통령들의 언급과도 차이가 나죠.

극단적으론 친일인사들도 1948년 정부 수립에 참여했다면 건국공로자가 될 수 있다는 의도가 숨겨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해선 부정과 긍정적인 내용을 모두 담긴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제개발 부분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면서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은 대폭 축소됐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 열쪽에 걸쳐 수출 확대, 과학 진흥 정책 등이 자세히 서술됐고, 중학교 교과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제작·발표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도표까지 실렸습니다.

반면 유신 체제 비판하는 내용은 "기본권들은 대통령의 긴급 조치에 의해 제한됐다"고 짤막하게 서술됐습니다.

새마을 운동과 재벌 등의 공헌을 자세히 표현됐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설명은 과거에 비해 중립적인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5·18 민주 운동 서술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됩니다.

국정교과서는 '5월18일 광주에서 전남대생들의 시위가 일어났고, 신군부는 계엄군을 투입해 과잉진압했다"고 기술하고 있는데요.

사실 군부의 과잉진압이 시민들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선후가 잘못된 표현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도 긍정일변도입니다.

편찬기준에서 현 정부에 대한 서술은 국정 지표 제시 수준으로 한다고 뒀는데요.

OECD 민주주의 지수, 수출액 규모, 진학률 등 상대적으로 크게 호전된 지표만 골라서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2단으로 교과서를 구성하면서 내용이 더 추가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서 학습부담을 줄여준다는 공언이 무색하게 학습할 분량은 더 늘어났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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