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북한 김정은 체제의 핵심 실세로 알려진 리영호 군 총참모장의 해임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영호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후계세습 구축 과정에서 주춧돌 역할을 해온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돼온 인물이다.
2010년 9월27일 차수에 올랐고 다음 날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 1위원장과 함께 신설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꿰찼다. 특히 지난해 12월28일 김 위원장의 영결식에서 영구차를 직접 호위한 '8인방' 가운데 한 명이다.
김정은 옹립에 핵심역할을 해온 리영호가 김정은 체제 출범 몇 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의 모든 직위에서 해임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보도에서 리영호의 해임 이유를 '신병관계'라고만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평범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북측이 밝힌 신병 상의 문제를 비롯해 권력 암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도 "살펴봐야 한다. 배경을 파악 중"이라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북측이 신변상의 문제라고 밝혔지만, 몸이 아파서 해임했을 경우라도 최소한 예우 차원에서 명예직으로 한 자리 정도는 남겨두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정부 내에서도 일고 있다.
이런 시각이 핵심 실세간 권력 암투나 노선 갈등, 김 1위원장ㆍ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에게 밉보였을 가능성 등의 관측을 낳고 있다. 또 리영호가 군부를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했고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 결정 하루만에 전격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북한 매체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춘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의 사례도 리영호의 해임 배경과 관련해 다시 주목된다.
우동측 역시 작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 당시 운구차를 호위한 '8인방'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우동측에 대해서도 몸이 안 좋다는 설과 숙청설이 혼재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리영호가 당 직위뿐 아니라 군 총참모장 자리에서도 해임됐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측 보도에서는 리영호가 당에서 맡은 보직은 일일이 언급하며 모든 직무에서 해임했다고 밝혔지만 군 총참모장 자리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군 총참모장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당은 최룡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전담하고, 리영호는 군부만 책임지는 역할 분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