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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총파업에 급식 차질…학생·학부모들 원성 '고조'

입력 2014-11-20 15:37

"사정 알지만 아이들 밥 가지고 이러면 안돼" 한 목소리
서울시내 84개 학교, 도시락·빵 등으로 끼니…일부 단축수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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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알지만 아이들 밥 가지고 이러면 안돼" 한 목소리
서울시내 84개 학교, 도시락·빵 등으로 끼니…일부 단축수업도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에 급식 차질…학생·학부모들 원성 '고조'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에 급식 차질…학생·학부모들 원성 '고조'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에 급식 차질…학생·학부모들 원성 '고조'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에 급식 차질…학생·학부모들 원성 '고조'


20일 낮 11시35분. 점심시간이 임박했지만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중학교 급식실은 텅 비어있었다.

평소 같으면 800여명의 학생과 46명의 교직원에게 배식할 점심 준비로 한창 분주했을 때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정규직과의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이날부터 이틀간 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 지역에서만 84개 학교에서 급식 차질이 빚어졌다.

이 탓에 이 학교 학생들은 급식실 대신 교실 한 쪽에서 학교 측이 나눠준 단팥빵과 오렌지 쥬스, 귤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한창 성장할 학생들에겐 매우 적은 양이라 짜증섞인 반응이 많았다.

3학년 5반 현모(16)양은 "빵 하나로 어떻게 견디나. 간식으로 한 끼 때운건데 배고파서 신경질이 난다"고 말했다.

3학년 7반 박모(16)양도 "오늘 급식 메뉴가 닭갈비에 옥수수알 오븐구이였더라. 좋아하는 음식이 나온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갑자기 안준다니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3학년 6반 이모(16)양은 "비정규직이 월급도 낮고 (처우도)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서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단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급식은 해주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우리가 왜 빵을 먹어야 하나. 내일도 안 준다더라"고 언급했다.

급식 중단에 따라 대체식을 제공한다는 가정통신문을 이틀 전 받아본 터라 도시락을 챙겨온 학생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마주앉아 서로 가져온 반찬을 나눠 먹느라 마치 소풍을 온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다.

배달음식을 시켜먹던 학생도 있었다. 3학년 2반 임모(16)군은 "주먹만한 빵을 주더라. 배가 고파서 친구 2명과 함께 짬뽕 한 그릇과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 나눠먹었다"면서 "급식이 나왔으면 사비를 들여 시켜먹을 일은 없었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학교는 급식 중단에 따라 5교시 수업까지만 진행한 후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파업 이틀째인 21일에도 빵과 음료수 등 대체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급식이 중단된 다른 학교들의 점심시간 모습도 비슷했다.

낮 12시께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도시락을 든 학부모들이 여럿 배회하고 있었다. 곧이어 학생들이 부모와 짧은 인사만 나눈 채 도시락을 받아들고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10살짜리 아들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던 한 학부모는 "아이들 밥 먹는 문제로 장난치면 안 된다"며 "지금 학부모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나도 지금 직장에서 일하다가 급하게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살 딸에게 도시락을 주기 위해 학교에 온 또다른 학부모도 "급식 일하시는 분들 사정은 알겠지만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며 "아이들 밥 먹는 문제는 좀 더 신중해야 됐다"고 강조했다.

음식 냄새로 진동했을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도 '통밀밥·굴무국·돼지고기김치찜·오징어채땅콩조림·배·우유'라고 적힌 식단만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아이들은 추운 날씨 탓에 창문도 열지 못한 채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나눠먹었다.

이다혜(12) 양은 "아침에 엄마가 귀찮아하시면서 도시락을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직접 도시락을 싸주셨다는 김예진(13)양은 "(급식을 먹던) 평소와 달리 할머니가 맛있는 반찬을 해 주셔서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모 교감은 "급식실 직원 전부가 파업에 참가하느라 점심 배식을 하지 못했다"면서 "어린 학생들은 이벤트 쯤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비정규직 조리원들이 파업에 참여한 학교는 149개로 이 중 84개 학교에서 급식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파업에 참여한 조리원 수는 660명으로 집계됐다.

급식을 실시하지 않은 84개의 학교 중 60곳은 도시락을 지참했고, 14개 학교는 빵 등 대체식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10개 학교는 오전에만 수업을 하는 단축수업을 시행했다.

전국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오는 21일도 파업을 예고함에 따라 급식에 또 한 번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파업이 내일도 예정되있어 급식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그 수가 오늘보다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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