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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이대호를 논하다

입력 2012-11-20 10:50 수정 2012-11-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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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이대호를 논하다


'야신' 김성근, 이대호를 논하다


'야신'이 '빅 보이'를 논했다.

이대호(30·오릭스)는 지난 19일 일본야구기구(NPB)가 발표한 양 리그 베스트 9에서 퍼시픽리그 1루수 부문에 선정됐다. 베스트9은 포지션별 선수의 공격력에 초점을 맞춘 상이다. 오릭스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수상 영예를 안은 그는 이번 시즌 팀의 주전 4번타자·1루수로 풀타임 출전하며 퍼시픽리그 타점왕(91개)에 올랐다.

그리고 그날 밤.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은 팀의 마무리훈련이 열리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이대호의 수상 소식을 들었다. 김 감독은 "반갑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 아닌가. (이)대호에게 축하한다고 전해달라"며 덕담을 건넸다. '야신'의 축하를 받은 이대호의 화답이 이어졌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사실 (베스트9) 선정 소식을 몰랐다. 고맙고 감사하다"며 "김성근 감독님께 사랑한다고, 건강하시라고 말해달라"며 웃었다. 한국 최고의 명장과 타자가 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수줍게 인사를 주고 받는 진풍경이었다. 김 감독은 이대호를 그동안 일본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에서도 톱 클래스라고 했다. 하지만,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보강해야 할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불안감'은 대호의 힘

김 감독은 '빅보이'의 최대장점으로 '불안'을 꼽았다. 무슨 뜻일까. 이대호는 한·일 양국에서 타자로서 최고 단계에 올랐다. 국내에서 2010년 타격 7관왕, 이듬해 3관왕을 차지했다. 일본 진출 첫해였던 이번시즌에도 타점 1위를 비롯해 홈런 공동 2위(24개)·타율 10위(0.286)·안타 5위(150개)·출루율 4위(0.368)·장타율 2위(0.478) 등 각종 공격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조금 '쉬어가도' 손가락질할 사람이 없지만 이대호는 "애매한 홈런 24개, 91타점은 싫다. 30홈런 100타점은 돼야 남에게도 떳떳하고 스스로 당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 감독은 "늘 불안함 속에서 사는 사람이 상위권으로 도약한다. 이대호는 어릴 때부터 지금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했다. 끊임없이 불안한 마인드를 가졌다. 이미 대호에게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당연히 위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오릭스에서 뛰었던 이승엽과의 일화도 전했다. 그는 "나는 이승엽에게도 '멘탈이 약하다'고 야단친 적이 있다. '더 안될 것 같다'는 여린 면이 있다. 톱 클래스의 타자는 그래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야신' 김성근, 이대호를 논하다


이대호 특유의 투박한 성격도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2010년 올스타전 때 내가 감독이었다. 대호에게 '가서 번트 대', '외야수비해'라고 하자 군말 없이 '예' 하고 달려 나가더라. 남자답게 시원시원한데 속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심지가 있다"고 했다.

타격 기술은 '야신'도 인정했다. 김 감독은 "타격 메커니즘을 갖고 지적할 부분이 어디 있나. 유연한데 '인 앤 아웃 스윙'까지 한다. 인코스 뿐 아니라 아웃코스까지 공략하면서 다양한 곳으로 공을 보낸다. 과거에 일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중에서도 레벨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하체 단련, 친구를 멀리하라

오릭스는 올해 퍼시픽리그 최하위(6위)에 그쳤다. 이대호는 다음 시즌 팀 우승을 일군 뒤, 자신을 원하는 더 큰 구단으로 나가야 한다. 김 감독은 "대호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하체'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호가 2001년부터 뛰었던 롯데는 훈련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밀도 있는 훈련 시간은 선수의 근력 및 체력과 비례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하체를 활용한 스윙을 할 줄 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하체를 지탱하는 힘도 함께 떨어진다"며 "대호가 힘이 부칠 시기인 6월께 페이스가 떨어지는 원인이다. 상체만 돌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러닝 등 체력 보강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잘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돌아오면 보고 싶은 친구가 왜 없겠는가.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다"면서 "프로선수다. 잘라내고 하체부터 다잡으라"고 조언했다.

서귀포=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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