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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먹자골목 된 한옥촌…국적 불명 음식도

입력 2015-03-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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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옥마을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는지요. 전통음식을 맛보고, 고풍스러운 기와지붕 아래를 여유롭게 걷고, 이런 모습들 상상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여기는 안 그렇습니다.

강신후 기자의 밀착카메라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전주 한옥마을로 나가봤습니다.

[기자]

전주 한옥마을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의 옛것을 경험하려는 사람들로 많이 북적이고 있는데요. 이곳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한옥 800여 채가 자리 잡은 이곳. 기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마을 굽이굽이를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특히 전주 한옥마을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세력확장에 맞서 우리 전통을 고수하려던 선조들의 항일정신이 배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또 다른 장소가 있습니다.

[지현철/수원 영통동 : 저희 먹으러(왔어)요. 정말 먹거리가 많다고 소문이 나서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왔습니다.]

[신혜수/대전 봉명동 : 전주 한옥마을 하면 문어꼬치랑 오징어 통튀김이 생각나요.]

조금만 더 들어오시면 이렇게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습니다. 사람들 손에 갖가지 음식들이 들려져 있는데요.

어, 이거는 뭔가요? (마카롱 아이스크림이요) 네, 이런 아이스크림과 츄러스, 꼬치 등 전통음식보다는 국적 불명의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전통음식점이 설 자리는 좁기만 합니다.

[최유미/대전 송천동 : 좀 변화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츄러스나 그런 것들이 많은 거 보니까.]

줄이 정말 길게 늘어서져 있습니다. 거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요. 무엇을 사려는 것일까요.

저기, 여기서 뭐 파는 건가요? (초코파이, 수제 초코파이 사러 왔거든요) 아, 몇 분 정도 기다리셨나요? (한 1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아요)

'느림의 미학'은 온데간데없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먹거리를 찾기에 분주합니다.

이렇다 보니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저곳에 쓰레기통이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무 곳에나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고 있습니다.

[정리를 해야지 사람들이… 아무리 관광객이라고 하지만… ]

[장동철/한옥촌 상인 : 너무나 많아요. 쓰레기가 도처에 너무나 쓰레기가 많아요.]

우리의 옛것을 배우고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입니다.

[김혜숙/청주 금천동 : 전통적인 문화 그런 걸 보러 왔는데 너무 먹거리 위주로 바뀌는 것 같아서 그게 좀 아쉬운 것 같고요.]

[김용현/익산시 어양동 : 제가 예전에 한 8년 전에 그때랑 지금이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그래도 전통적인 문화, 뭐 그런 게 많이 있었고.]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상업 거리와는 달리 이렇게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전통체험관은 상대적으로 발걸음이 뜸합니다.

상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한옥마을을 떠나는 주민들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1000여 가구가 살았지만 현재 650여 가구만 남아 있습니다.

네, 이곳 한옥촌 골목길에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바로 일반 가정집이 곳곳에 있습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여기 보시면 관광객들이 왕래가 잦은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불편한 점은 왔다 갔다 하면서 문을 열고 닫고 하는 것이 정말 불편합니다.)

[한옥촌 상인 : 주차 공간도 없고 사시는 분들 오면 주차할 데가 없어요, 아침에. 관광객들이 너무 많으니까 사생활에 터치도 되고 하니깐 떠나시는 거죠.]

인근에 임시주차장을 마련했지만 쏟아지는 차량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관광객들이 이렇게 갓길에 차량을 주차해 놨습니다. 끝이 어딘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차량의 통행에도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은 쾌적한 환경과 여유가 있는 마을을 일컫는 '슬로우 시티'로 지정을 받았지만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손대현/국제슬로시티연맹 부회장 : 한옥마을이 국적 불명의 상업 시설이 들어가서 변질이 돼 안타까운 면이 있습니다. 이런 점이 (슬로시티) 재지정에 있어서 우려할 요소입니다.]

이곳 주민들을 이렇게 우리 전통을 나타내는 벽화를 그려 놓고 우리의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급속히 번지는 상업화로 우리 한옥촌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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