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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입찰 끌어낸 류현진의 몸, 공, 시점

입력 2012-11-10 11:10 수정 2012-12-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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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입찰 끌어낸 류현진의 몸, 공, 시점


역시 류현진(25·한화)이었다. 늘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놓던 그가 한국 야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류현진을 원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이 2573만7737달러33센트의 거액을 입찰액으로 투자했다. 류현진의 현재 기량과 미래의 가능성을 금액으로 환산한 결과다. 사실 류현진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치다. 포스팅 금액만으로도 류현진의 가치가 입증됐다.



▶'몸'에 대한 걱정은 없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선수들의 '몸'을 먼저 살핀다. 한 국내 스카우트들은 "고교 선수들을 스카우트할 때보면 '우리와 보는 눈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경기를 보는 국내 스카우트들은 해당 선수의 경기력에 시선을 빼앗길 때가 많다. 그러나 미국 스카우트들은 신체 조건을 우선 순위에 둔다.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는 의심을 품고 더 세밀히 살핀다.

'프로 7년차' 류현진은 달랐다. 류현진은 동산고 2학년 때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미국 스카우트들이 보고서를 작성할 때 빠지지 않고 썼던 문구. 그러나 대부분의 스카우트들이 '지금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신인이던 2006년에 201⅔이닝을 던졌다. 이듬해에는 211이닝을 소화했다. 2011년에만 126이닝을 던졌을 뿐, 매시즌 160이닝 이상을 채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등 국제무대까지 소화하며 이룬 결과. 화려한 이력으로 수술 경력을 지워나갔다.


▶'공'에 대한 확신

고교 시절 류현진은 커브볼러였다. 프로 첫해 팀 선배 구대성과 송진우에게 체인지업을 전수받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국내 리그 최고 구종으로 꼽히는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캐나다전·쿠바전을 통해 국제무대에서도 검증받았다. 상당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각 구단에 "류현진은 미국에서 통할 수 있는 체인지업을 던진다"고 보고했다.

기본이 되는 직구도 수준급. 한 스카우트는 "류현진의 직구는 메이저리그 왼손 선발 투수의 평균 정도의 구속을 보인다. 제구가 높을 때도 있지만 좌우 코너워크가 안정됐다. 한 경기를 직구 중심으로 소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슬라이더와 커브도 구종 평가대상. 4개의 수준급 구종을 갖춘 류현진에 대한 평가가 점점 상승하기 시작했다.


▶절묘한 포스팅 시점

류현진과 그의 에이전시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정규시즌 종료와 함께 한화에 '메이저리그 포스팅 수용'을 요청했다. 감독 선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한화는 10월 중순 이후 류현진과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그리고 10월29일 '조건부'로 류현진의 포스팅을 허락했다. 긴장감 넘치는 12일. 한화는 류현진과 합의한 '조건'을 두배 이상 뛰어넘은 포스팅 금액을 받아들였다.

류현진과 보라스가 택한 시기가 무척 절묘했다. 본격적인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장에 나온 류현진을 상당수의 구단이 '선점'하려 했다. 경쟁이 붙었고, 금액은 불어났다. 약 280억원의 거금. 류현진이 한화에 엄청난 선물을 안겼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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