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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일하러 가야 하는데"…'10일 격리' 첫날 입국자들 당황

입력 2021-12-03 11:54 수정 2021-12-03 11:55

'트래블 버블' 등 일부만 격리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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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버블' 등 일부만 격리면제

"당장 일하러 가야 하는데"…'10일 격리' 첫날 입국자들 당황

3일 오전 11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1층 입국장 6번 출입구 앞. 캐리어 가방을 끄는 입국자들이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자가격리 안내문을 꺼내 읽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부터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10일간의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3일 0시부터 16일 24시까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모든 해외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10일간 격리된다. 백신 예방접종을 받았어도 격리는 면제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런 고강도 격리 조치를 이틀 전인 1일 오후 발표했다. 갑작스럽게 내려진 조치에 예상치 못했던 열흘간의 격리를 하게 된 이들은 당혹감과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한 여행사를 운영하는 최종걸(38)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3일 오전 미국에서 귀국한 최씨는 "귀국길에 오르려는 참에서야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10일 격리' 뉴스를 접했다"며 "조금이라도 미리 알려줬으면 비행기를 미루든지 했을 텐데 당분간 회사 운영이 곤란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씨는 인천공항에 내린 뒤 겪은 방역당국의 격리 조처가 '보여주기식'으로 보인다며 비판했다. 출입국 서류를 작성하는 펜을 소독하지 않은 채 여러 입국자가 돌려쓰도록 하거나 입국자에게 별다른 주의 없이 공항 내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태국 푸껫에 사는 작은딸을 2주간 방문하고 이날 오전 돌아온 박모(74)씨도 격리 조치가 "짜증 나고 어이가 없다"고 했다. 박씨는 "나는 그나마 집에서 쉬느라 괜찮은데 같이 태국에 다녀온 50대 큰딸은 당장 매일 사업차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했다.

귀국하는 친지를 기다리는 이들도 당혹감을 감출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는 딸을 만나고 석 달 만에 돌아오는 아내를 기다리던 정요한(64)씨는 "정부가 잘 판단해서 모두 격리하도록 했겠지만, 격리 시작 딱 하루 정도만 남겨 놓고 발표를 하니 당황스럽긴 하다"며 웃었다.

국내외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심각한 만큼 열흘 간 격리는 감내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입국장에서 만난 A(61)씨는 "오미크론은 백신 접종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하고, 국내 확진자도 연일 5천명대를 넘나드니 불편해도 다들 조심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이번 '10일 격리' 조치의 면제 조건을 적용받은 일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싱가포르와 사이판 등 한국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입국자는 격리가 면제된다. 또 임원급 등 기업의 필수 인력이거나 장·차관에 준하는 정무직 공무원, 국장급 이상 등도 격리면제를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이날 오전 입국한 직장인 바네사(26)씨는 '격리면제자'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그는 "서울에 사는 친구를 거의 3년 만에 만나러 왔다. 격리면제가 아니었으면 기약 없이 못 볼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라면서 "그래도 더욱 방역을 철저히 하며 조심할 것"이라고 했다.

오미크론 확산세 속에 출국자들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항공권을 발권하는 줄에 선 이들은 마스크를 쓴 것은 기본이고 페이스 실드를 착용한 경우도 곳곳에서 보였다. 내년 2월까지 고향인 중국 안후이(安徽)성에서 머물 계획이라는 유학생 조영미(19)씨는 "중국에 가면 총 한 달을 격리 상태로 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가족은 만나야 해서 귀국길에 오른다"며 코로나 상황이 더 심각해지지 않기를 바랐다.

한편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격리 조치가 시작된 이 날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 67편을 통해 8천276명이 입국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날 도착한 9천183명보다는 다소 줄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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