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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우리가 기부한 인체조직, 잘 관리되고 있을까요?

입력 2020-12-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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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우리가 기부한 인체조직, 잘 관리되고 있을까요?

인체조직 기증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기증'이라고 하면, 신장이나 심장, 소장, 췌장 같은 장기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몸에 있는 뼈, 연골, 피부, 인대, 혈관 같은 '인체조직'도 기증할 수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장기만큼이나 중요하고, 또 의료 현장에서 수요도 많죠.

기증자나 기증자의 가족의 동의를 얻어 채취한 이런 인체조직은 민간 조직은행이나 국가에서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조직은행에서 관리합니다.

● 공공조직은행 조사에 나선 보건복지부

 
[취재설명서] 우리가 기부한 인체조직, 잘 관리되고 있을까요?

지난 11월 한 달간 식약처는 공공조직은행에 대한 정기조사에 나섰습니다.

조사 한 달 전, JTBC 취재진은 공공조직은행 내부 문건들을 입수했습니다.

문건을 분석해보니 관리 부실로 버려지는 인체조직이 많았습니다.

보완 취재 등을 거쳐 기사화했습니다.
 

일부 운영진이 멀쩡한 인체조직을 민간 업체에 무상으로 보낸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보건복지부는 JTBC 보도로 드러난 문제점과 관련해, 식약처를 통해 전반적인 인체조직 관리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조직은행에 내부 감찰 강화 등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해 보고받겠다고 했습니다.

● 인체조직, 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까?

인체조직을 투명하게, 또 철저하게 관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 그런지 기증자나 기증자의 유가족이 직접 작성한 장기, 조직 기증 동의서를 보겠습니다.

 
[취재설명서] 우리가 기부한 인체조직, 잘 관리되고 있을까요?

동의서에 나와있는 것처럼, 공공조직은행에서 관리하는 인체조직은 모두 무상으로 기증된 것들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기증하기도 하지만, 뇌사자나 사망자의 유가족이 마지막 숨결을 담아 기증한 경우도 많습니다.

또 공공조직은행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등 관리가 까다로워 민간 기관에서 취급하지 않는 조직을 다룹니다.

영리 목적으로 세워진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죠.

실제로 혈관이나 대퇴골 등 일부 인체조직은 채취, 가공 비용이 비싸 민간 조직은행에선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다루지 않습니다.

인체조직은 사람의 몸에 직접 들어가는 이식재입니다.

공산품처럼 단순하게 취급하고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꼼꼼하고 섬세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실제로 인체조직을 가공하는 시간부터 방법까지, 모두 내부 규정으로 하나하나 정해져 있습니다.

가공이 완료된 이후에도 2중, 3중으로 진공 포장을 해서 일선 의료 현장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공공조직은행에선 수차례 관리 부실로 인해 이식재의 포장이 파손되거나, 가공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멀쩡한 인체조직을 그대로 폐기했습니다.

 
[취재설명서] 우리가 기부한 인체조직, 잘 관리되고 있을까요?

공공조직은행은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끊임없이 이런저런 잡음이 이어져왔습니다.

정기감사는 물론 특별감사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30건 넘게 지적을 받았고, 경찰 조사도 이어졌습니다.

●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대신 제보자 색출에 나선 공공조직은행

지난 10월 JTBC 보도 이후, 국회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내부에서 제보자 색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감사반을 꾸려 철저히 감사해서 보고해달라'고 했습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몇 차례 감사를 하고 조직 쇄신을 했는데도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다'면서 '철저하게 관리하겠다' 약속했죠.

공공조직은행 관계자들도 취재진에게 "기관이 아직 제대로 안정화되지 않아 관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취재설명서] 우리가 기부한 인체조직, 잘 관리되고 있을까요?

하지만 또다시 공공조직은행 내부에서 누가 언론에 제보를 했는지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11월 초 일부 직원들이 작성한 이메일을 확보했습니다.

본문에 첨부되어 있는 내부 보고용 워드 파일 내용을 확인해 보니, 언론 제보자로 의심하고 있는 특정 직원에 대해 자세히 조사한 결과가 적혀 있습니다.

특히 사적인 술자리에서 언론 제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메일에 언급된 직원들은 공공조직은행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도를 통해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보다, 누가 그 문제점을 지적했는가가 더 중요했던 것일까요?

 
[취재설명서] 우리가 기부한 인체조직, 잘 관리되고 있을까요?

인체조직 기증은 숭고한 일입니다.

세상을 떠나면서도 '함께 사는 사회'라는 가치를 실현하려는 기증자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필요한 이들에게 인체조직이 제대로 쓰이기 위해 공공조직은행의 쇄신과 꼼꼼한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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