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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백기 든 최경희…'상처투성이' 이대 숙제 남아

입력 2016-10-19 17:52 수정 2016-10-19 17:56

"사퇴는 무책임"이라고 단언했던 최 총장

교수까지 집단행동 나서자 생각 바꾼 듯

확산된 이대 부정적 이미지, 수습에 시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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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는 무책임"이라고 단언했던 최 총장

교수까지 집단행동 나서자 생각 바꾼 듯

확산된 이대 부정적 이미지, 수습에 시간 필요

'사면초가'에 백기 든 최경희…'상처투성이' 이대 숙제 남아


이화여자대학교 최경희 총장이 계속되는 내부 분열과 의혹 제기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학생과 졸업생들에 이어 교수진까지 자신을 겨냥한 집단행동에 나서자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이대 개교(1886년) 이래 총장의 중도 퇴진은 최 총장이 처음이다.

최 총장은 19일 오후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이제 이화가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대 내부에선 갑작스런 결정에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 총장은 지난 8월25일 이대 학내 언론 '이대 학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퇴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처럼 최 총장은 그동안 사퇴 요구 목소리가 커질 수록 오히려 책임의 방향을 '학교에 남아서 직접 수습하는 것'에 뒀고 사퇴는 책임이 아닌 '회피'로 봤다.

이랬던 최 총장의 심경에 결정적 변화를 일으킨 건 현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60·여·비최서원으로 개명)씨의 딸 정유라(20)씨에 대한 입학 특혜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19일 오후 3시30분부터 교수들의 총장 사퇴 시위가 예고된 상황이 결정타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사태로 인한 총장 사퇴 서명운동 당시 80%가 넘는 교수가 참여하지 않았고 이날 시위의 예상 참여인원도 이대 전체 전임교원(1001명) 수의 10% 수준에 불과한 100여명이었다.

하지만 이대 개교 130년 역사상 처음인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자신으로 인해 촉발됐다는 점은 최 총장으로 하여금 '내가 내려놓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여기에 지난 17일 교수, 교직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정씨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해명 자리를 열었음에도 오히려 여론이 더 악화된 점, 버팀목이었던 이사회의 시선마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는 점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 단계에서는 무작정 자리를 고수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고, '사퇴가 책임 있는 자세'라는 쪽으로 판단을 전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19일은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에 돌입한 지 84일째이다.

이대 사태는 당분간은 희망적 요소보다 남은 상처가 더 크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28일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반대를 외치며 학생들이 본관 점거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이대가 안은 문제는 '소통 부족'이었다.

하지만 최근 터져나온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은 운영상의 불만과는 차원이 다른 '조직적 부정·비리'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확산된 이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사학이 불통 운영과 사회적 불평등의 무대였다는 시선 역시 단시일 내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다.

최 총장 역시 이 점을 의식한 듯 마지막 순간까지 특혜 의혹에 대해선 완강히 부인했다.

최 총장은 퇴임 보도자료에서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해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는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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