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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뒷산 배드민턴장, 알고보니 '무허가 체육시설'

입력 2019-08-27 21:29 수정 2019-08-2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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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 중턱에 배드민턴장을 만들고, 동호회 시설로 쓰고 있는 불법의 현장들을 밀착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법에 어긋나는 것을 알면서도 수십 년째 방치된 곳도 있습니다. 단속해야 할 구청은 손을 놨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부산에서 가장 높은 금정산.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국립공원이 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조금 올라가자 정체를 모를 시설이 눈에 띕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산은 마음대로 써서는 안 되는 등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는 시커먼 천막이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봤습니다.

두런두런 소리가 들립니다.

시커먼 색깔의 가림막으로 인해서 안에서 무얼 하는지 볼 수 없게 되어 있는데요.

배드민턴 공이 왔다갔다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안쪽을 보시면 열심히 배드민턴을 치고 있습니다.

들어가 봤습니다.

운동이 한창입니다.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런데 이곳은 허가 없이 만든 시설입니다.

[동호회 회원 : 산을 전부 갖다가 깎았지. 옆에 나무 그대로 있잖아. (천막은 바람 안 불게?) 바람막이한다고. 안 하면 칠 수가 없어.]

산이 공치기에 좋다고 합니다.

[동호회 회원 : 나이 든 사람은 산으로 올라와야 하잖아요. 다리가 아프니까 실내에서 공을 못 치잖아요.]

하지만 산을 마음대로 훼손하는 것은 법에 어긋납니다.

근처에서 운동하는 또 다른 사람들을 목격했습니다.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기향입니다.

[동호회 회원 : 모기 너무 많아 온 데 다 물려가지고.]

산에서는 불 피우는 도구를 갖고 있기만 해도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동호회 회원 : 끌까요? 그걸 뭐 하러 자진신고하나.]

이곳도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동호회 회원 : 우리가 다 만들고 정화를 이 주변을 정화한 거예요. 아주 맹지였는데. 불법이라 하면 불법일 수 있어.]

만들다 만 곳도 있습니다.

안전도 걱정입니다.

이 산의 또 다른 무허가 배드민턴장입니다.

이쪽에는 흙을 파낸 거대한 구멍이 있습니다.

경기장에 흙을 공급하기 위해서 파낸 것인데요.

안쪽에는 소나무 뿌리까지 있어서 굉장히 위험해 보입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흙이 흘러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민들은 무허가인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몰랐어요.]

[운동만 했지 그런 거 잘 모릅니다.]

시설을 찾는 사람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동호회 회원 : 구청이나 나라에서 권장을 해서 이런 시설을 만들어줘야 돼. 놀이공원처럼. 안 하니까 우리가 전부 다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서.]

[동호회 회원 : 이런 구장이 있을수록 나이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자주 안 가고 건강에 좋고.]

어떻게 산에 마음대로 시설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부산 금정구청 관계자 : 옛날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손으로 다지고 발로 다지니 딱딱해지고. 공소시효가 지나서 사후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그린벨트가 거의 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유진철/범시민금정산보존회 생태국장 : 산악회나 동호회에서 임의적으로 자꾸 불법시설을 늘려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경기도 산 중턱에 있는 천막.

전깃줄이 연결된 무허가 배드민턴장입니다.

운동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난 뒤의 체육시설입니다.

흔적들은 그대로 남아있는데요.

책상 아래에는 이런 장작들이 쌓여있습니다.

옆에 있는 화로에는 구운 옥수수 같이 불을 피웠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술병들도 이렇게 아래 떨어져 있는데요, 이 안을 보시면 많은 술병들이 쌓여있습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청 : 인허가 나간 상황은 없고요. 80년대부터 있었던 시설이어서. 요새 강제처분도 쉽지 않을뿐더러.]

생활체육은 우리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누려야 할 곳을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겠죠.

불법시설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활 체육시설을 얼마나 늘릴지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는 사이, 산은 모두의 휴식공간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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