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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다 홀로 떠난, 그는 노숙인 입니다

입력 2011-12-03 00:03 수정 2011-12-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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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6일 을지로 4가 지하철역에서 노숙인 홍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장례는 오늘(2일)에야 치러졌습니다. 한 달 간 무슨 일이 있던걸까요?

홍 씨의 죽음, 그 이전과 이후를 김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빈소도, 조문객도 없습니다. 인적마저 끊긴 저녁 화장장에 장례 업자가 홀로 뒤를 따릅니다.

두 시간 후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마지막 길을 떠납니다.

[정재로/장례업체 직원 : 다른 사람은 가족들이 여러 명이고, 이 사람은 저 혼자거나 한두 사람이니 뭣하죠. 생각할 때마다 좀 이상하고, 짠하다고 생각해야 되나..]

이곳에서 홍씨는 앞으로 10년간 오지 않을 가족을 기다립니다.

경찰이 찾아낸 홍씨의 가족은 시신을 포기했습니다. 한 달 간 홍씨는 차디찬 안치실에 머물렀습니다.

[손석희/서울 중구청 사회복지과 주임 : 비용은 전액 서울시에서 대주는 것이고요. (가족들이) 형편상 시신을 인수할 능력이 없다고 사체포기각서를 제출하신 건입니다.]

[홍모씨/숨진 노숙인 형 : 아무래도 제가 살기가 좀 힘들고, 부모님도 힘들고 그래요. 제가 당황해서 뭐 말씀을 드리기가 좀 그렇네요.]

홍씨가 스스로 세상을 버린 건 아닙니다.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기회를 얻어보려 했지만 절망했습니다. 가족에겐 버림받았지만 홍씨를 도운 이들이 그를 기억합니다.

[이정규/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팀장 : 본인 스스로가 일자리를 찾고 다시 집도 얻고, 적어도 이런 노숙생활을 탈피하고자 하는 의지가 상당히 강했고요. 그런데 알코올 의존이 겹치다 보니까(빠져나오지 못 한 거죠)]

혼자 힘으로 살아보려 애썼던 홍씨는 지난 11월 4일 아침 지하철역 화장실로 들어가 더러워진 옷을 빨아 널고 작은 공간에 몸을 뉘였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차가운 바닥이 그가 본 마지막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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