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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인기 식으니 철거…'애물단지' 세트장

입력 2019-11-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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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끌면 지자체들은 그 촬영지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합니다. 한류 붐이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그래왔지만, 흑자를 보는 곳은 잘 없습니다. 오히려 철거 하느라 다시 예산을 쏟아붓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칠은 벗겨지거나 색이 바랬습니다.

군데군데 시트지가 벗겨진 곳도 눈에 띕니다.

경복궁을 본 따 만든 세트장입니다.

전북 부안에 있는 영상 테마파크인데요.

주말인데도 이곳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습니다.

다소 썰렁한 느낌이 드는데, 입구에서부터 현재 소송 중에 있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으니까 삭막한 분위기까지 감돕니다.

지난 2005년 부안군에서 70억원을 들여 조성한 세트장입니다.

[방문객 : 겉에서만 봤는데, 별 볼 일 없을 거 같아서요. 4000원씩 주고 가기는 그런 거 같아서 그냥 가는 거예요.]

입구 검표원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식당과 주점은 문을 닫았습니다.

소송 중이라며 접근을 막아두기도 했습니다.

성벽 한쪽엔 촬영에 쓰였던 소품과 자재들이 어지럽게 늘어졌습니다.

이곳은 성벽 안쪽에 있는 공간인데 드라마나 영화 촬영에 쓰이는 이런 소품이라든지 이곳 자재들을 모아 둔 창고로 보입니다.

그런데 음식이 묻어 있는 그릇이라든지 다 쓴 소화기들이 나뒹굴고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데요.

드나들 수 있는 문도 없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체험장들은 허허벌판입니다.

영상테마파크 안엔 이런 샤워시설도 갖춰져 있습니다.

왜 이 테마파크 안에 샤워시설이 있을까 의아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이곳 전체가 진흙체험장이었다고 합니다.

진흙이 몸에 묻은 뒤에 물로 씻어낼 수 있었던 건데 지금은 물조차 나오지 않고 주변에도 진흙은 전혀 없습니다.

[가족 방문객 : 애들이 체험할 수 있는 게 몇 군데 나와서 오기는 했는데, 한복 체험하는 곳도 직원이 없어서 사실 체험을 못 하고, 너무 사람이 없더라고요.]

[경로우대 방문객 : 지금 여기가 경로도 2000원을 받는데, 경복궁 진짜를 가서 우리는 안 내잖아요. 여기 누가, 내가 이걸 보러 또 오겠어요? 2000원 내고?]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조성한 강원도 태백시의 한 촬영지.

2016년 개장 이후 강원도의 대표 한류 관광지로 조성하려던 곳입니다.

270억 원을 들여 레스토랑과 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입니다.

커플축제는 출연했던 배우들이 이혼하면서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그 사이 방문객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전명옥/강원 태백시 : 몇년간 이러고 있잖아. 지금 드라마를 잊어가는데… 세금을 요긴하게 잘 쓰면 값어치가 있고 잘 못 쓰면 세금만 아깝지. 전부 우리 세금이잖아.]

교통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해 찾아가기 어렵고, 편의시설이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충남 부여의 한 세트장. 2006년 60억 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10여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한 드라마 촬영 장소입니다.

그 이후에 드라마 제목을 따서 갖가지 관광상품들을 이 지역에 개발해놓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이렇게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줄었다고 합니다.

[주민 : 여기 오면 식당도 없고 그러니 그렇게 많이들 안 오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지자체들은 한류가 회자되던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앞다퉈 세트장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흑자를 내는 곳은 전국 30여 곳 가운데 5개 정도로 손에 꼽는 수준입니다.

[방문객 : (다른 곳들도) 똑같아요. 여기처럼 그냥 이렇게 방치돼 있는 그런 느낌… 사람도 별로 없고…]

결국 수순은 돈을 더 들여 재정비를 하거나, 아예 철거하는 겁니다.

전북 부안의 다른 세트장은 지난 여름부터 3억 원을 들여 철거해 지금은 흔적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단기적으로는 촬영장소를 찾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계획과 안목 없이 추진한다면 남은 건 하나도 없이 세금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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