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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오세훈 서로 양보 선언…"각자 방식 수용하겠다"

입력 2021-03-19 19:30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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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오세훈, 안철수 두 후보가 오늘(19일) 단일화 방식을 두고 갑작스런 양보 경쟁을 벌였습니다. 서로가 제안한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조금 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연 건데요. 안 후보가 먼저 국민의힘 방식을 수용하겠다는 발표를 오전에 했고요. 수용 범위를 두고 또 다시 논쟁이 일자 오후에 두 후보 모두 서로 양보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하루, 박준우 반장이 관련 내용 정리했습니다.

[기자]

'내 생각과 그대의 이해 사이에 이렇게 열 가지 가능성이 있기에 우리의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란 책에 나오는 '시도'라는 글입니다. 내가 머릿속으로 말하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말한 내용이 다를 수도 있고, 그리고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들은 말은 다를 수도 있죠. 이렇게 말 하나를 두고도 화자와 청자 사이에 여러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그래서 고작 둘 사이의 의사소통도 쉽지 않은가 봅니다. 오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간 의사소통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김종인 위원장과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습니다.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만 있다면 감수하겠습니다.]

안 후보가 오늘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후보 측의 안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건데요. 안 후보는 이번 주말부터 조사에 착수하면 다음주 월요일에는 단일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고 타임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단일화 방식은 어제 오 후보가 제안한 안입니다. 2개의 여론조사 업체 중 한 곳은 '적합도'를 다른 한 곳은 '경쟁력'을 각각 1000명씩 물은 뒤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유선전화 조사 방식이 10% 정도 포함돼야 한다는 거죠.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해당 안을 수용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는데요.

[김종인 : 뭐 하여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늦지 않게 응해줘서]

근데 안 후보의 말이 그런 뜻이 아니었나 봅니다. 정작 실무협상을 맡고 있는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안 후보와 말이 달랐던 건데요.

[이태규/국민의당 의원 : 원래 국민의힘 측에서 요구했던 그 방안이 있습니다. 경쟁력 조사에 유선전화를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였기 때문에 저희가 그저께 드린 두 개의 절충안은 모두 철회하고 국민의힘이 제안했던 그 방식을 저희가 받겠다…]

유선전화 10%는 수용할 수 있지만 적합도는 빼고 경쟁력만 묻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죠. 국민의힘 측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서 보여주기식이다, 상대를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안 후보의 기자회견 이후 3시간 만에 오 후보도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저희 안을 다 받아들인다는 표현을 안철수 후보께서 쓰셨는데, 어떤 안을 100% 받아들인다는 것인지가 오히려 불투명해졌습니다. 이태규 팀장이 그동안 그런 행태를 여러 번 해왔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오늘이 그 결정판입니다.]

특히 안 후보가 말로만 수용한다고 했지 어떤 안을 어디까지 허용하겠다는 건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안 후보님의 수용의 정도가 어디까지인지가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말씀만 다 수용한다 이렇게 말씀하셨을 뿐이지, 구체적인 내용이 지금 없는 상태입니다. 경쟁력 부분은 받겠다, 그러니까 적합도는 어디로 사라져버렸어요 그새. 그리고 유무선 비율도 협상하겠다 그러세요. 그러니까 뭘 받은 게 아닙니다.]

데자뷔일까요? 어디서 봤던 장면인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2012년 안철수-문재인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때가 떠오르는데요.

[유민영/당시 안철수 대선후보 측 대변인 (2012년 11월 14일) : 문재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릅니다. 유불리를 따져 안철수 후보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 말고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당시 안 후보 측 대변인의 말이었죠. 이번엔 입장이 뒤바뀐 듯 하지만요.

이렇게 다투던 두 사람 사이 줄다리기의 결정판은 오후 3시 반쯤이었습니다. 싸울 땐 언제고 갑자기 두 후보 모두 서로 양보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안철수 : 유선전화 10% 포함 방안을 참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것도 수용하겠습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다 수용하겠습니다. 오 후보가 말씀하신 경쟁력과 적합도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것 역시 받아들이겠습니다.]

[오세훈 : 제가 양보하고 안철수 후보 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결정을 하려 합니다.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치킨게임을 벌이나 싶더니 갑자기 양보 배틀을 시작하니 저도 살짝 정신이 혼미해졌는데요. 둘 모두 먼저 양보의 미덕을 베푸는 모습을 연출해야 여론조사를 앞두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서로 양보를 못하겠다는 상황보단 나은 걸까요? 단일화 얘기는 들어가서 좀 더 나눠보도록 하고요.

오늘 간만에 새 코너 하나 선보이려고 합니다. 각 후보들의 일주일을 빅데이터로 살펴보는 코너인데요. 바로 '빅보드 차트(Bigboard Chart)' 입니다. 저희가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후보별 발언 분석 등을 의뢰했는데요. 야당 반장인 만큼 야당 후보 중심으로 핵심만 짚어드리겠습니다. 먼저 후보별 연관 키워드 분석입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부터 보시죠. 오 후보 주변으로 이렇게 8개의 키워드가 떠 있지요. 최근 일주일 간 오 후보의 발언 내용을 다룬 주요 매체의 기사들과 SNS 등을 분석했는데요. 분석 대상에서 해당 키워드가 몇 번이나 등장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동그라미 크기가 각각 다른데요. 동그라미가 클수록 그 키워드가 더 많이 나왔다는 의미입니다. 역시 '단일화'가 제일 관심사였죠. 하지만 제가 여기서 눈 여겨본 부분은 바로 '박영선'과 '내곡동'입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도중에도 지난 한 주 동안 처가의 내곡동 땅 의혹을 두고 민주당 박영선 후보 등과 여러 차례 설전을 주고 받았었죠.

[박영선 (지난 17일) : 오세훈 후보 진실을 말하지 않는 자 엠비와 똑 닮았다. 엠비 도곡동 오세훈 내곡동 땅은 상당히 유사한, 그렇게 연상되는 상황이다.]

[오세훈 (어제) : 처가(가 소유한) 땅을 가지고 이익을 보는 행태를 했다면, 후보직 사퇴뿐 아니라 저 스스로 영원히 정계를 떠나겠습니다.]

다음으로 안철수 후보입니다. 안 후보의 연관 키워드를 보시면요. 역시 단일화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오 후보와 차이점은 박영선이란 키워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 후보가 본선 상대인 박영선 후보와의 경쟁에도 어느 정도 무게를 뒀다면요. 반면 상대적으로 안 후보는 지난 일주일 동안 오 후보에 비해 단일화에만 집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키워드는 바로 '합당'입니다.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안 후보가 던진 승부수였죠.

[안철수 : 야권 단일 후보가 되어 국민의힘과 통합선거대책위를 만들어 야권 대통합의 실질적인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서울시장이 되어, 국민의당 당원동지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습니다.]

저 발언이 안 후보가 일주일 동안 했던 발언들 중에 가장 관심도가 높았던 발언으로 볼 수 있겠네요.

후보별 SNS 언급량도 살펴봤습니다. 오세훈 후보는 지난 일주일 동안 트위터 사용자 2887명이 언급했습니다. 리트윗 횟수는 제외했고, 당연히 그룹 엑소의 오세훈 씨 등 동명이인도 배제한 결과입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오세훈 후보 관련 영상은 330여 개, 모든 영상의 조회수 총합은 1226만여 회였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2059명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언급했고, 관련 유튜브 영상은 290여개, 총 조회수는 1139만 여회로 집계됐습니다. SNS에선 지난 일주일 간 오 후보가 안 후보보다 관심도가 조금 더 높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일단 오늘 빅보드 차트는 여기까지고요. 알찬 분석으로 다음에 또 돌아오겠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정리합니다. < 안철수-오세훈 서로 양보 선언…"각자 방식 수용하겠다" 경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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