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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쇳물 쓰지 마라'…29살 청년 노동자 추모시가 노래로

입력 2020-09-17 21:17 수정 2020-09-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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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철강 공장에서 일하던 스물아홉 청년이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날, 인터넷 기사에 남겨졌던 200자 남짓한 댓글이 10년 만에 노래가 됐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그 당연한 권리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간절합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그 쇳물 쓰지 마라' :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1600도 넘는 용광로가 삼킨 건 육신만이 아니었습니다.

일흔 넘은 부모의 막둥이,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 스물아홉 해 성실히 쌓아온 작은 우주도 한 순간에 녹아버렸습니다.

신문 한 귀퉁이, 짤막한 기사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묻힐 뻔한 죽음은 어느 네티즌이 남긴 한 편의 시를 닮은 댓글 덕에 사람들 마음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 속에 10년이 지났어도 잊혀지지 못한 시는 노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가수 하림 씨와 노래를 만들었고 함께 부르는 '챌린지' 를 시작했습니다.

목소리로, 또는 악기로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을 모아 소셜미디어에 나눴습니다.

매년 2400명 넘는 노동자가 일하러 출근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하는 나라.

2018년, 일하다 기계에 빨려 들어가 숨진 김용균 씨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며 법이 생겼지만 일주일 전, 같은 곳에서 또 한 사람이 2톤 기계에 깔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노래가 더는 불리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사람들은 오늘도 이 슬픈 노래를 이어 부릅니다.

(영상그래픽 : 이정신·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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