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세리모니 없었던 넥센의 희귀한 끝내기 승리

입력 2015-07-09 10:0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프로야구에서 기나긴 연장 승부 끝에 끝내기 승리를 거머쥔 팀은 어김 없이 그라운드에 나와 수훈 선수를 향해 물을 뿌리거나 쥐잡듯(?) 때리는 승리의 세리모니를 한다.

그러나 8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는 12회말 넥센이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지만 이 같은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승리한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끝내기 승리를 결정 짓는 희생번트를 때린 고종욱의 얼굴은 어둡기까지 했다.

양팀이 3-3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12회말 KIA는 외국인 선발 조쉬 스틴슨을 마운드에 올리는 강수를 쓰며 경기를 무승부로 끌고 가려했다.

이러한 KIA의 바람과는 달리 스틴슨은 첫 타자 김하성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었고, 8회 동점타의 주인공인 유한준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타석에는 앞선 타석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고종욱이 들어섰지만 희생번트가 예상됐다. 고종욱은 투수 앞으로 굴러가는 번트를 댔다. 누가봐도 무사 1, 2루가 1사 2, 3로 바뀌는듯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스틴슨이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했고 이때 베이스커버에 들어갔던 2루수 최용규가 공을 잡는 과정에서 글러브를 낀 왼팔이 주루하던 고종욱과 부딪히며 꺾였다.

최용규는 순간 공을 떨어뜨렸고 그 사이 김하성이 홈으로 대쉬했다. 최용규는 몸을 일으켜 황급히 공을 포수에게 던졌지만 결승 득점이 올라간 뒤였다.

이 득점으로 기나긴 연장 승부의 마침표가 찍혔다. 여느 끝내기 승리 같았으면 넥센 선수들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세리모니를 펼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해야 했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경기가 끝난 상황에서도 1루 베이스 근처에는 여전히 최용규가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로 걸어나온 넥센 선수들은 별다른 세리모니 없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결승 득점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고종욱 역시 최용규의 상태가 걱정됐는지 무거운 표정으로 승리 인터뷰에 응했다.

경쟁 상대라 할지라도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료 선수의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승리의 기쁨 대신 동료에 대한 걱정을 먼저하는 넥센 선수들의 배려가 돋보였다.

(뉴시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