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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소방관으로 죽길"…시한부 소방관, 국가는 인정할까|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0-06-06 20:03 수정 2020-10-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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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두가 살기 위해 뛰쳐나오는 곳으로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가는 사람. 소방관입니다. 오늘(6일) 현충일을 맞아 지난해 순직한 소방관들의 위패 봉안식이 열렸습니다. 불을 끄다 희귀암에 걸린 고 김범석 소방관도 숨진 지 6년 만에 오늘 여기 봉안됐다며 고인의 아버지가 JTBC에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그냥 병을 얻어 죽은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방관으로 살다 숨졌단 걸 인정받아 오늘이 오기까지 유족은 힘겨운 법정 싸움을 해야만 했습니다. 김범석 소방관과 똑같은 희귀암에 걸린 소방관이 있습니다. 김영국 소방관인데요. 1년 남았을 거란 의사의 말에도 여전히 불을 끄러 다니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랑스러운 소방관으로 남고 싶어 국가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데,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우리 아빠는 저의 히어로예요.]

불이 난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

아빠는 특전사 출신의 13년 차 베테랑 소방관입니다.

[김영국/소방관 : 구조 출동 건수만 3천 건 넘게 나갔고, 화재 출동은 1천 건 정도.]

하지만 어제(5일)는 혈관육종이란 '희귀암 환자'로 병원에 갔습니다.

가족력도 없고 운동도 매일 했는데 2년 전, 38살 젊은 나이에 암 판정을 받은 겁니다. 

[김영국/소방관 : 좌측 뺨에 뭔가 덩어리가 만져지기 시작하더라고요. 항암제랑 방사선 치료를 같이 했는데, 얼굴에 방사선을 쐬니까 혀가 녹았어요.]

독한 치료를 마친 뒤 소방서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암은 재발했고, 이번엔 폐로도 번졌습니다.

[김영국/소방관 : 연기 마시는 게 저희들은 그냥 일상인 것 같아요. (발병 원인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 밖에 없겠다란 생각이…]

하지만 후회는 없기에, 오늘도 방화복을 입습니다.

[김영국/소방관 : 딱 천 명만 더 구하고 그만두자. 그 생각으로…]

의사는 남은 시간이 1년일 거라고 했습니다.

그 전에 국민을 구하다 암에 걸렸다는 걸 국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지난해 말 공무상 요양승인을 신청했습니다.

[김영국/소방관 : 보상받는 걸 떠나서 저희 아이들이 그래도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소방관으로 활동하시다가 아파서 돌아가셨구나라는 걸 남기고 싶은 마음에…]

미국 등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업무 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보지만, 우리나라에선 반대로 소방관 개인이 불을 끄다 암에 걸렸다는 걸 입증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직접 화재 출동 건수를 모으고 역학 조사도 받았습니다.

역학 조사 결과, 화재 현장에서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나왔지만 갈 길은 멉니다.

[김영국/소방관 : 인사혁신처 조사관이 나오셨어요. '이 자료로는 공상 승인 받기가 힘들다' 그 연기를 한 번 마셔보면 아마 (인과관계가 없다는) 그런 생각 못하실 것 같아요.]

같은 희귀암을 앓다 31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범석 소방관도 유족이 5년간 소송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순직을 인정받았습니다.

암에 걸린 소방관은 오늘도 공기호흡기로 수술 자국을 가린 채 불이 난 그곳으로 제일 먼저 달려갑니다. 

[김영국/소방관 :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한테 얘기했을 땐 이해가 안 될 수 있겠는데 살아있는 동안 그래도 구조대원으로 남고 싶은 생각도 있고…바라는 건 딱 하나예요. 제도적인 장치가 많이 마련이 돼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대원들도 명예를 회복하셨으면, 저희가 했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잖아요. 얼마 기간 동안 살지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동안 그래도 구조대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다가 마감하고 싶네요.]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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