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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is] '대종상', 어쩌다 이 지경까지…대충상의 역사

입력 2015-11-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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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을 이끌어온 대종상영화제가 언제부터 '대충상'으로 전락했을까.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20일 오후 7시 20분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다. KBS 2TV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상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의 모습은 거의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종상영화제에 남녀주연상 후보들은 마치 짠 듯 전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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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국제시장'), 하정우('암살'), 손현주('악의 연대기'), 유아인('사도, 베테랑'), 김윤진('국제시장)', 전지현('암살'), 김혜수('차이나타운'), 엄정화('미쓰 와이프'), 한효주('뷰티 인사이드')가 오지 않는다. 유료로 진행된 인기상 투표에서 각각 남,녀 1위를 차지한 김수현과 공효진도 불참 의사를 밝힌 지 오래다. 신인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도 절반 이상 참석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대종상 측에 가겠다고 했던 강하늘과 이민호 등 일부 신인상 후보들만 약속을 지키고 참석한다.

▶2주 전 빠듯한 섭외
이처럼 상당수의 배우들이 마치 '단체 보이콧'처럼 불참 의사를 밝힌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스케줄 조율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종상영화제 측은 영화제 2주 전부터 섭외를 시작했다. 특히 주연상 후보들의 경우 활동을 활발히 하고, 대중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때는 영화 촬영을 하거나 다른 스케줄을 소화한다. 이렇게 바쁜 배우들의 경우 최소 한 달 전, 넉넉하게는 2개월 전부터 섭외를 해야한다. 일정 조율 등이 1~2개월 전부터 해도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토록 바쁜 배우들을 2주 전에 섭외한 건 이미 너무 늦었다는 의미다. 여배우의 경우엔 2주는 드레스를 피팅하기도 힘든 시간이다.
한 배우 소속사 측은 "2주 전에 섭외 전화를 받았다. 스케줄을 바꾸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우 소속사 측도 "섭외 전화를 처음 받은 건 2주 전인 것 같다. 이미 잡힌 스케줄이 있어서 조정이 힘들었다. 그래서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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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은 게 터졌다…논란 수면 위로 올라온 건 2011년
배우와 스태프들에겐 저마다 사정이 있었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대종상이 최근 수 년간 이어진 논란으로 권위가 떨어지자 배우들이 대종상을 외면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곪은 게 이제 터진 셈이다. 삐걱거리던 부분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건 2011년. 당시 행사 당일에 후보자(작)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처음 공개된 남녀 주조연상 후보 6명 중 1명 씩을 뺀 명단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써니'의 심은경은 여우주연상 후보 명단에서 누락됐다. 대신 '로맨틱 헤븐'을 통해 조연상 후보 명단에는 그대로 남아있어 의혹이 커졌다. 이날 오후 심은경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종상영화제 후보에 올라갔는데 학교일정 때문에 참석 못한다고 했더니 명단에서 내 이름이 빠졌다. 씁쓸하다"면서 "내가 후보에 올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올려놓고 이렇게 상처를 주는지, 여우주연상 후보에서는 제외시켰으면서 조연상은 왜 그대로 뒀는지…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대종상 측은 "동점자를 재심사해 1명을 탈락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자격으로 대종상에 참석한 이덕화는 공식적인 시상식 자리에서 반말을 섞어가며 회비 납부를 채근해 영화제의 권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지만, 오래된 영화제라는 이유로 근근이 버텨왔다.

▶대리수상 불가 방침부터 온라인 투표 문제까지
그러다 올해, 터질 게 터졌다. 대종상 측은 최근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언급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사진이 뒤바뀌고, 투표율 반영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어 중국배우 고원원과 순홍뢰가 해외부문 남녀주연상 수상을 위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가 수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다시 보도자료를 보냈다. 이후 또 다시 번복해서 수상이 맞다고 자료를 보내 눈살을 찌푸렸다.

초유의 사태지만, 올해 예정대로 '대종상'은 52년의 역사를 이어간다. 권위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고, 누구를 위해 열리는 영화제인지도 도통 알 수 없지만 말이다. MC를 맡은 신현준과 한고은, 대종상에 참석할 예정인 배우·감독·영화 관계자들만 난감한 상황이다. 수상자(작)는 과연 트로피를 품에 안고 웃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시상식 7시간 전인 20일 낮 12시께 대종상 측 담당자는 "회의 중이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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