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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어퍼컷'…아무도 쓰러지지 않은 링 위의 명승부

입력 2015-04-0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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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축구 하면 골, 야구 하면 홈런, 그리고 복싱 하면 KO인데요, 다운 한 번 없었는데도 명승부로 꼽히는 복싱경기가 있습니다. 1987년 오늘(6일) 열렸던 미들급 세계챔피언전, 마빈 해글러와 슈거레이 레너드의 경기입니다. 언뜻 봐선 싱거운 이 경기가 어떻게 명승부가 됐을까요.

오광춘 기자와 함께 돌아보시지요.

[기자]

"62승 2무 2패, 52KO"
"챔피언 해글러는 강했습니다."

[박종팔/전 슈퍼미들급 챔피언 : 해글러가 분명히 KO로 이길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33승1패, 24KO"
"은퇴 뒤 3년만의 복귀"
"도전자 레너드는 영리했습니다."

[홍수환/전 밴텀급 챔피언 : 쇼맨십이랄까, 또 임기응변에 강해요. 그런 의미에서 레너드를 참 좋아하죠.]

레너드는 꼼수를 썼습니다.

해글러보다 펀치력이 약했기에 더 두꺼운 글러브를, 해글러보다 더 빨랐기에 더 넓은 사각의 링을 바랐습니다.

해글러가 후반에 강했기에 15라운드 대신 12라운드만 뛰길 원했고, 그걸 얻어냈습니다.

레너드는 작정하고 뒤로 내뺍니다.

그렇다고 도망다니기만 한 건 아닙니다.

이때다 싶으면 빠른 펀치로 해글러를 내몹니다.

[장정구/전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 레너드는 치고 빠지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볼 때는 쉽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저게 쉽지 않거든요. 어려운 거예요. 상대도 때리러 오는데.]

팔을 휘휘 돌리며 해글러를 놀리는 레너드. 해글러는 정직하게, 우직하게 레너드를 쫓습니다.

5라운드, 헛손질만 하던 해글러의 주먹이 레너드의 얼굴을 강타합니다.

레너드가 뒤로 주춤했고, 해글러는 처음 레너드를 로프로 몰아세웠습니다.

[유명우/전 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 : (해글러는) 펀치도 강하고 서서히 압박하는 힘이 상상을 초월해요. 그 선수가 다가설 때 상대는 벌써 위축이 돼서 스태미나가 빠질 정도이기 때문에.]

레너드는 때리기보다 피하는 데 집중하며 그렇게 라운드를 소비했습니다.

[박종팔/전 WBC·IBF 슈퍼미들급 챔피언 : 두 선수가 아주 열심히 싸우지만 아쉬움이 남는 게 부딪히지 않는다 이거죠.]

해글러에겐 9회가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코너로 몰아붙인 건 그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되레 거세게 반격하는 레너드를 주저앉히진 못했습니다.

[박종팔/전 WBC·IBF 슈퍼미들급 챔피언 : 권투는 성질이 나면 더 얻어맞게 돼 있어요. 주먹에 힘이 들어가니까. 절대 힘주고 치면 안되는 게 권투예요.]

지친 듯 보였던 11라운드, 레너드는 힘을 냅니다.

가드를 내리고 해글러를 조롱합니다.

[장정구/전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 복싱 안 했던 사람은 잘 몰라요. 지쳤다가 운동량이 많은 선수들은 다시 살아납니다.]

마지막 12라운드, 상대를 때려야 하는 주먹은 없고 두 선수, 으스대는 제스처만 합니다.

누구도 다운당하지 않고, 누구도 압도하지 않은 승부. 그러나 레너드의 손을 들어준 판정.

복싱의 기원에서 주먹은 논쟁의 마지막 해결수단인데, 이 승부는 더 많은 논란만 남겼습니다.

승부보다 승리가 간절했던 레너드, 승리보다 진정한 승부를 원했던 해글러.

둘은 이 대결로 복싱의 의미를 넓혔습니다.

[박종팔/전 WBC·IBF 슈퍼미들급 챔피언 : 똑같이 맞고 똑같이 때리고 한다면 권투가 아니고, 기술이 필요가 없고 그냥 동네 싸움하고 똑같이 보면 되죠. 권투 그러면 맞고 때리는 것만 생각하잖아요. 사람 때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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