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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지정 뒤 방치…'껍데기뿐인 문화재' 수두룩

입력 2017-06-26 22:06 수정 2017-06-2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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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6일) 밀착카메라는 창고로 쓰이고, 낙서투성이에, 방치되고 훼손된 문화재들을 보여드립니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국보 같은 '지정문화재'가 아니라 소유 기업이나 개인이 관리하는 '등록문화재'들입니다.

허술한 '등록문화재' 관리 실태를 손광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공사가 한창인 서울의 한 재개발 구역입니다.

콘크리트 옹벽 위로 거대한 목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10년 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배수펌프 시설입니다.

1920년대에 만들어진 배수 펌프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근대문화유산들 가운데 현재까지 확인된 유일한 농업 관련 배수펌프 시설인데요. 가장 눈에 띄는 게 이 나무들입니다.

사방에 목재가 쓰였는데요, 창틀에서부터 각종 기둥까지 모두 목재입니다. 이뿐만이 아닌데요. 위쪽을 보면 지붕에서부터 지붕틀까지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농업사 측면에서나 건축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오랜 시간 방치되면서 곳곳이 훼손됐습니다.

'살아있는 자 출입을 금한다.' 벽에 있는 많은 낙서 가운데 하나입니다.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싹한 기분을 주는데요. 가운데는 이렇게 거대한 쇠사슬이 있습니다. 장비를 들어 올리고 내리는 용도로 사용된 것 같고요.

벽에는 다양한 낙서들이 있습니다. 만화 낙서도 있고, 영어 글자도 있고요. 그 옆으로는 옷이나 장비를 걸었을 걸개가 벽에 붙어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소화기인데요. 위에는 이렇게 먼지만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해당 건축물을 소유한 공기업이 지난 4월부터 복원 공사를 시작했는데, 아직은 안내만 하는 수준입니다.

그나마 들어가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등록문화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아예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놓은 곳도 있습니다. 428호 등록문화재 용산철도병원인데요. 벌써 5년 넘게 이렇게 자물쇠만 굳게 잠겨있습니다.

90년 된 병원 건물로 2011년까지 사용됐지만 지금은 쓰레기만 쌓이고 있습니다.

부지를 소유한 또 다른 공기업은 병원을 운영할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활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공기업 관계자 : (내부 진입이나 촬영 시) 본사와 협의해서 승인 여부를 결정해서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경비 시스템 설치해서 시설물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익산시의 한 등록문화재는 아예 개인 창고로 사용되는 실정입니다. 제대로 된 안내가 없어 문화재라는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전순자/전라북도 익산시 주현동 : 시나 나라에서 그걸 귀중하게 생각을 하면 이게, 훼손이 하나도 안 될 수도…]

지자체는 소유자가 마음대로 개조하거나 방치해도 막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지자체 관계자 : 매년 정기 조사가 있으니까, 갈 때마다 연락이 안 된 거예요. 도대체 외부가 이런데, 내부는 어떨까 저희도 오래전부터 (확인을) 하려고 했어요.]

설명이 실제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우리 국민을 억압하고 고문했던 곳으로, 일제의 만행을 증언하고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에 있는 등록문화재 34호, 구 나주 경찰서 앞입니다. 내부에도 이런 모습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관공서 홈페이지 등에서 현재도 유치장이 그대로 있다는 안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미 40여 년 전 화장실이나 창고로 바뀌는 등 현재는 외형만 유지되는 수준입니다.

전국의 등록문화재 가운데 활용도가 떨어지는 128개를 조사한 결과 3개 중 1개꼴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화재청은 보수 정비가 시급한 문화재는 내년까지 개선하고, 추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대로만 복원하고 보존했다면 우리 역사의 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문화유산들이 이처럼 껍데기만 남아버렸습니다. 정부와 소유주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등록문화재 상당수는 무늬만 남은 문화재들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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