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북, 한·미 새 정부와 힘겨루기…협상력 극대화 포석

입력 2017-05-14 14:1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북, 한·미 새 정부와 힘겨루기…협상력 극대화 포석


북, 한·미 새 정부와 힘겨루기…협상력 극대화 포석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닷새 만인 14일 첫 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핵 무력 고도화 계획을 접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한·미 신행정부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포석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27분께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시험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탄도미사일이 700㎞가량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고도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미·일 군 당국은 30분가량 비행한 것으로 분석하는 것에 비춰볼 때 고도가 2,00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같은 분석이 맞다면 북한은 지난 2월에 처음 성공했던 북극성 2형의 고각발사에 성공했으며, 최대사거리가 6,000~7,000㎞에 달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이는 사실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으로 봐야 하며, 대기권 재진입 실험도 가능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북한의 이러함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에 핵 무력 고도화를 멈추지 않겠다는, 기존의 계획대로 ICBM 개발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두 차례의 핵실험과 2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 자신들이 '동방의 핵 강국'이 됐다고 주장하며, ICBM 개발이 마감 단계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월 고체연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 2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직후 액체연료 중심의 탄도미사일을 고체연료 중심으로 전환하라고도 지시했다.

북한 핵 무력 고도화, 탄도미사일 기술 진전은 미국 본토 타격에 대한 위협을 증대시켰다. 미국 정부 또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최대 압박과 관여'를 골자로 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미국 본토(U.S. homeland)'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 현실을 받아들였다.

미국의 위협에 대한 인식 변화를 통해 북한의 ICBM 기술을 발전시킬수록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미국과 중국 등이 '레드라인'으로 규정한 핵실험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탄도미사일 도발 카드만으로도 충분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진용을 완전하게 구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7~8월까지 이러한 협상력 극대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도발은 새롭게 출범한 한국 정부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은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조건이 성숙되면 (트럼프 정부와)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 새 정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미국 전직 관료와 1.5트랙(반관반민·半官半民) 대화를 마치고 귀국하던 길이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도발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새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떠보는 동시에 미국에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며 "최선희 발언 등에 비춰볼 때 북한이 행동을 취한 다음에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에 따라 향후 도발 수위 등을 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단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유연한 입장을 보여왔으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도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북한과 대화가 가능해도 태도 변화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중 3국 정상 모두 큰 틀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압박과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는 있으나,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당분간 한반도 긴장 상태는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뉴시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