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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미생'…장그래 넘쳐나는 대한민국의 현실

입력 2014-10-29 22:23 수정 2014-10-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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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 뉴스룸이 선택한 단어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제는 많이들 아실 것 같습니다. 바둑용어인 '미생'입니다.

바둑은 누가 집을 많이 만드느냐가 승패를 가르는데 자기 집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집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을 미생, 즉 생사가 불확실한 상태라고 하고요. 자기 집으로 확정된 상태를 완생이라고 부릅니다.

이 '미생'이라는 단어를 내놓은 이유는 최근에, 최근은 아니죠, 벌써 한 2~3년 됐습니다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 제목입니다.

며칠 전 누적 판매부수 100만 부를 넘겼고 최근엔 드라마로 만들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지요.

내용은 어찌 보면 매우 평이합니다.

돈도, 빽도 없는 젊은이가 종합무역상사 계약직 사원으로 들어가 겪는 이야기인데, 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웃고 울고 또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런가 하면 며칠 뒤엔 대형마트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카트'가 개봉합니다.

[영화 '카트' 중 : 한선희 여사님 3개월 후에 드디어 정직원이 되십니다. 열심히 일하면 정직원 되는 거예요.]

가족의 생계나 아이의 학비를 위해 혹은 노후 밥벌이 문제로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최근 들어 이런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지고 또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잘 아시겠지요.

어제 통계청이 낸 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려 6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월급을 받는 사람의 셋 중 한 명은 비정규직, 그리고 비정규직의 셋 중 하나는 시간제 노동자라고 하는데요.

공식 통계수치가 이 정도이니 짐작건대 잡히지 않는 수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와 임금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직업 선택의 최우선 가치 역시 달라졌습니다.

10년 전 직업선택의 1순위 조건이었던 '성취감'은 아래로 내려가고 직업선택의 1순위가 다름 아닌 '안정성'으로 바뀐 겁니다.

600만 명을 넘어선 우리 사회 수많은 을들은 미생이 그저 단순한 만화가 아님을, 영화 카트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임을 너무도 빨리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편의점에서, 백화점과 마트에서, 아파트 경비실과 회사 사무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영화가 그리고 만화가 마치 '내 이야기 같다'고 말합니다.

"바둑판 위에서 의미 없는 돌은 없다"

만화 미생의 한 구절입니다.

바둑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아있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세상이란 거대한 바둑판에 놓인 우리의 삶은 비록 미생이라 해도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또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 걸까요?

만화 <미생>의 작가 윤태호 씨가 지금 제 옆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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