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3살 어린아이가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소아용 인공혈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딱 한 회사에서만 생산하는데 이 회사가 2년 전 국내에서 철수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배양진 기자입니다.
[기자]
한창 뛰어놀고 싶은 3살이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찹니다.
[김진희/환자 어머니 : 산책을 가자고 해도 10미터도 못 걸어서 헉헉대면서 엄마 안아줘 힘들어…]
이번 달 예정됐던 마지막 수술이 한줄기 희망이었습니다.
[김진희/환자 어머니 : 수술하고 나면 보통아이들처럼 살게 하자고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수술이 미뤄졌습니다.
수술에 꼭 필요한 인공 혈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소아용 인공혈관은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사 딱 한군데서만 만듭니다.
그런데 고어사의 의료사업부가 1년 반 전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우리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김진희/환자 어머니 : 지금 우리나라 의술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재료만 없어서 못하고 있는 거거든요.]
양민규 군이 입원한 서울아산병원에만 6명이 수술을 못 받고 있습니다.
고어사의 철수 방침은 2년 전부터 알려졌습니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최근에서야 수가를 올려줄테니 다시 팔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고어사는 묵묵부답입니다.
독점 제품이 많은 의료시장에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간암 치료용 조영제인 '리피오돌'의 제조사가 가격을 5배로 올려달라고 요구해 이 약 공급이 중단될 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