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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본 '폭행 어린이집', 여전히 남은 분노의 흔적

입력 2015-01-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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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2일) 밀착카메라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들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이런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절실한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관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네 살짜리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인천 송도의 어린이집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문이 굳게 잠겨있고요. '학부모님들께 사죄드린다', '1월 15일부터 휴원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최근 들어 인천지역에서만 세 건의 아동학대사건이 불거졌습니다.

사건 이후 해당 어린이집과 관련자들은 어떤 상황일까요.

인천 부개동 어린이집은 색칠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아이의 얼굴을 때린 곳입니다.

인천 구월동에선 두 살배기 아이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김치를 안 먹다가 뺨을 맞은 사건이 인천 송도의 어린이집입니다.

먼저 가장 최근에 사건이 발생한 인천 부개동부터 가봤습니다.

영업은 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A 어린이집 직원 : (원장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저희도 원장님을 뵙기가 힘들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 (폭행 교사는 아직까지 어린이집 교사 신분이신 건가요?) 네. 아, 네? 아니요 사직하셨죠.]

어린이집 입구입니다.

제 머리 위로 노란 국물이 흐른 자국이 보입니다.

분개한 시민들이 이곳에 계란을 투척하면서 생긴 흔적입니다.

이쪽 기둥을 보면, '이런 유치원을 봤나, 화가 나서 말을 못하겠다', '원장 나와라', '쓰레기 유치원 짜증난다' 이런 문구들이 낙서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이 어린이집 앞에는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는 교육과 관련한 성경 구절이 세워져 있다는 건데요. 다소 아이러니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 시간 폭행 교사 김모 씨는 경찰서로 가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인천삼산경찰서 앞입니다.

지금 시간 오전 9시 30분입니다.

앞으로 정확히 30분 뒤면 부개동의 폭행 어린이집 교사가 이곳에서 처음 경찰 조사를 받는데요. 이곳 포토라인 앞에서 취재진과 간단히 인터뷰를 할 예정인데, 이 때문에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있는 모습 보이실 겁니다.

보육교사 김 씨가 지금 차에서 내리고 있는데요. 검정색 모자를 눌러쓴 채 포토존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시죠.

[김모 씨/A 어린이집 폭행 교사 : (아이들과 어머님이 상심하셨는데 차분하게 한말씀만 해주시죠.) 죄송합니다. (상습 폭행 인정하십니까?) 죄송합니다.]

이번엔 인천 구월동 사건 아이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폭행의 후유증은 아이와 가족 모두를 고통에 빠트리고 있었습니다.

보육교사에게 내동댕이쳐진 뒤 병원에 입원한 B군의 모습입니다.

B군은 수면 시간에 잠을 자지 않다가 교사에게 혼쭐이 난 후였습니다.

사건 이후 신경질적으로 변한 B군은 매일 밤 이렇게 울며 잠을 거의 못 잡니다.

[B군 어머니 : 갑자기 감정기복으로 인해서 우는 거는 기본이고 먹지 않고 엄마를 가라고 하는 거는 하루에 수십 번은 해요.]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피해 아동 가족을 괴롭게 하는 건 또 있었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 겁니다.

[B군 어머니 : 어느 어머니는 왜 이렇게 오버액션 하느냐, 어느 어머니는 이렇게까지 커져서 될 일은 아닌데….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희 피해자 가족들은 정말 천불이 나요.]

해당 어린이집의 해명은 "폭행이 아닌 기저귀를 갈다가 일어난 행동"이라는 설명이 전부였습니다.

여기는 두 살짜리 어린아이를 바닥에 수차례 내팽개친 이른바 패대기 폭행 사건의 어린이집입니다.

사건 발생 한 달이 넘게 흘렀지만 단 한 번도 쉬지 않은 채 정상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예 입구에는 보건복지부의 평가인증 어린이집이라는 인증패까지 달아 놓았습니다.

때마침 어린이집에서 나온 한 학부모.

자신의 아이도 비슷한 일을 겪었을 거라고 털어놓습니다.

[B 어린이집 학부모 : 선생님이 밀었다 이렇게 했을 때 그냥 안 믿었어요. 친구들이랑 부딪혔거나 이랬겠지. 아니면 선생님은 힘이 세니까 살짝 한 것도 아이는 크게 얘기할 수 있겠구나. 저는 다 안 믿었어요. 왜 안 믿었을까. 그때 CCTV를 와서 볼걸. 전 와서 한 번도 안 봤거든요.]

인천 송도에선 뿔난 엄마들이 뭉쳤습니다.

폭행 사건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들을 위해서입니다.

해당 어린이집 앞에선 1인 시위와 서명 운동까지 합니다.

보육교사의 자격을 강화하고,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겁니다.

[최지은/인천 송도동 : 비단 여기 어린이집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 동참하게 됐고, 정말 아이를 사랑으로 보육할 수 있는 자질있는 사람들만 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폭행 사건이 일어났던 어린이집에서 불과 약 100미터 떨어진 지점입니다.

오늘도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건 아니지만 많은 아이의 엄마들이 이렇게 릴레이식 1인 시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내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매번 솜방망이 처벌, 사후약방문식 대책만 난무하는 가운데 이번에야말로 엄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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