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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카지노의 유령?…제주서 증발 145억, 단서를 찾다

입력 2021-02-18 20:35 수정 2021-02-25 16:17

145억 장부에만 존재? 국경 넘는 수백억 '검은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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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억 장부에만 존재? 국경 넘는 수백억 '검은돈'

[앵커]

지난달에 제주의 카지노에서 현금 145억 원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경찰은 지금도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5만 원권으로 해도 300킬로그램, 사과상자 12개 분량입니다. JTBC는 이 돈의 행방을 추적해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과상자는 머릿속에서 지우셔도 될 것 같습니다. 145억 원은 손에 잡히는 게 아니라 장부상에만 존재했을 가능성이 큰 걸로 취재됐습니다. 취재진은 이 과정에서 중국계 카지노를 둘러싸고 흔적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검은돈의 실체에 다가갔습니다.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145억 원 분실 신고 이틀 만에 찾은 45억 원 같은 장소에서 또 회수한 2억 원.

[뉴스룸 : 카지노 vip 금고 안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81억 원 정도가 발견돼]

신고 엿새 뒤 카지노 안에서 나온 돈더미,

[뉴스룸 : 카지노 내부와 제주 모처에서 120억원 가량을 찾았습니다]

대부분 찾은 듯했던 현금 하지만 이 돈 주인이라며 나타난 한 남성,

[위모 씨 : 그들(카지노)의 행위는 일종의 강도나 마찬가지입니다.]

엇갈리는 주장.

[랜딩카지노 대표이사 : 자기(위씨)는 지금 140억원을 넣어놨다는 거는 말이 안 되는 거죠.]

145억 주인을 쫓는 사이 드러난 수상한 돈 흐름,

[A씨/카지노 관계자 : 여기 145억이 크잖아요. 정말 죄송한데 카지노에선 그렇지 않아요. 그럼 다른 금고에는 돈이 없을까요?]

흔적 없이 국경을 넘나든 거대한 현금 실체에 한걸음 다가갑니다.

지난해 12월 제주 공항.

한 여성이 출국장으로 사라집니다.

카지노가 145억 횡령 용의자로 지목한 말레이시아인 임원 림모 씨입니다.

추적을 시작한 경찰.

여성이 공항에 두고 간 이 차량을 조사합니다.

차량 대여자로 나온 건 중국인 위모 씨.

경찰은 림 씨와 위 씨 관계를 쫓습니다.

그러다 위씨 카지노 개인 금고에 130억 가량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이 130억 중 50억 원은 위씨의 심부름꾼 오모 씨가 미리 찾아 집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오씨 집에서 47억 그리고 위 씨 금고에 남아있던 81억을 일단 압류합니다.

취재진은 문제의 위씨를 찾아 접촉했습니다.

림씨에게 차를 빌려 줬다가 사건에 얽혔다고 주장하는 위씨.

[위모 씨 : (금고 속 돈은) 대부분, 3분의 2 정도는 합법적으로 딴 돈입니다. 2019년에 대략 66억 정도. 67억, 70억 정도 있었습니다.]

기존 자신의 돈 70억 원에 도박 승리 금액 60억 원을 더해 개인 금고에 보관했다고 말합니다.

근거로 승리 금액 수십 억 원을 금고에 넣는 영상을 보냅니다.

2019년 11월 영상.

카지노가 발급한 확인증도 제시합니다.

승리 금액과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코로나로 길이 막힌 위씨.

[위모 씨 : 제 금고는 저의 개인 소유이고, 오직 저와 제 대리인만 열 수 있습니다.]

최근 50억을 꺼내기 전까지는 1년 가까이 금고 문을 여닫은 적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경찰이 분석한 카지노 CCTV에도 금고 문을 여닫은 장면은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카지노가 잃어버린 145억 원과 자신의 돈은 관계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위씨는 카지노 고객이자, 다른 도박꾼에게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에이전트.

항상 이정도 현금을 제주도에 보관할 필요가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취재진은 카지노를 찾아갑니다.

왜 위씨 금고의 돈을 분실한 돈으로 지목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습니다.

[랜딩카지노 대표이사 :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사라진 돈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경찰은 판단했고, 저희도 판단했기 때문에…]

그러면서 금고를 오랜 기간 여닫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꺼내가도 상관없다고 얘기합니다.

[랜딩카지노 대표이사 : 6개월 동안 (위씨 금고가) 인액티브(비활성화)했어요. 가져가도 (위씨는) 할 말이 없어요, 계약상.]

경찰은 왜 이 돈을 가져간 걸까.

[경찰 관계자 : 일단 이걸(돈을) 잡아 놓고, (잃어버린 돈이) 맞는지 맞춘 다음에 다시 돌려주면 되고. 진짜 없어졌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일단 사건과 관련된 모든 현금을 확보해놓는 차원일 뿐 카지노가 정말 돈을 분실했는지도 확실치 않다는 설명.

카지노가 잃어버렸다는 145억 원 가운데 아직 찾은 걸로 확인된 돈은 한 푼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145억 행방을 쫓던 도중 취재진에게 온 의외의 제보.

수백 억이 나타나고 없어지는 건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돈이 도박 자금으로 흔적 없이 국경을 오갔다고 얘기합니다.

거대한 중국 자본이 법인을 통해 제주도를 이른바 환치기 무대로 활용했다는 주장.

[B씨/카지노 관계자 : 랜딩은 어떻게 했냐하면 골든하우스가 홍콩에서 약정을 해요, 먼저. "야, 홍콩에서 누구누구 가, 걔한테 칩 줘." 그러면 걔 이름으로 카지노에 넣어 주는 거잖아요.]

무슨 얘기일까, 돈 흐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랜딩 본사가 세운 골든하우스라는 계열사.

금융업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제주도 카지노에 가는 중국인들은 현지에서 골든하우스에 돈을 빌리기로 약정합니다.

그런 뒤 맨몸으로 제주도에 가면 그만큼 칩을 내준다는 겁니다.

돈을 잃으면 현지로 돌아가 갚습니다.

개인 이름으로 된 국가 간 송금 흔적은 남지 않게 됩니다.

이른바 '환치기 수법'과 같은 구조 세무 당국과 수사 기관 감시에서 아예 벗어나게 됩니다.

이런 돈 흐름이 실제로 이뤄졌을까.

취재진은 골든하우스가 고객에게 보낸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제주도 카지노에서 쓴 원화를 골든하우스에 홍콩 달러로 갚으라'는 내용입니다.

금액만 94억 원.

문서 발송 날짜는 2018년 11월입니다.

랜딩 카지노는 2019년 유명 로펌에 이런 돈 거래가 법 위반인지 문의합니다.

하지만 카지노는 이런 돈거래를 실제로 한 적은 없다고 해명합니다.

[랜딩카지노 대표이사 : (문의도 하셨더라고요. 이런 거래에 외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가능한 경로를 제시해 놓은 것 아닙니까. 그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고.]

고객이 외국에서 직접 현금을 들고 와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주장.

하지만 조금씩 설명이 엇갈립니다.

[랜딩카지노 관계자 : 국내 고객들이 가서 원화로 (게임을) 하는 곳이 아니다 보니 저희가 계열사를 통해서 금액, 자금을 보관해야 하는 니즈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작게는 수백 억 원, 어쩌면 훨씬 큰 금액이 감시 없이 오갔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

전문가와 카지노 회계 자료를 들여다 봤습니다.

공시된 자료에 한계가 있어서 사실 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금 거래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게 눈에 띕니다.

[김경율/회계사 : 수표는 넘버로 다 끝까지 추적이 되거든요. 근데 현금은 그게 불가능하니까. 얼마 얼마는 누구 것이고. 얼마가 들어왔고 나갔고. 왜? 그래야만 통제가 되는 거니까.]

그러면서 환치기 같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김경율/회계사 : (카지노에 빚을 지고 있는 고객들이 있는 정황이 보이거든요.) 이 돈을 한국 사업 회사의 수입이고, 받아야 하는 돈임에도 불구하고 이 돈을 만약에 홍콩에서 받았다면 일종의 환치기가 되는 것이고…]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감시 밖에서 얼마나 많은 돈이 어떤 형태로 오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145억 분실 사건으로 시작한 경찰 수사는 이제 카지노 돈 흐름 전반을 살펴보는 수순으로 넘어갔습니다.

(VJ : 안재신·남동근 / 영상디자인 : 최석헌·김충현 / 영상그래픽 : 한영주·박경민 / 인턴기자 : 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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