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나 병원조차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은 출생 신고를 못해서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박창규 기자입니다.
[기자]
조그만 장난감을 소중하게 만지고 또 만집니다.
분유를 먹다 스르륵 눈이 감기더니 이내 잠이 듭니다.
태어난 지 10개월 된 여자 아기 해피입니다.
천진한 아이는 아직 자신의 처지를 모릅니다.
[오영란/이주여성지원센터 이사 : 국적도 없고 이름도, 정확한 출생 기록도 없고, 이 아이가 자라더라도 현재로서는 입양할 방법도 없고요. 어디 받아줄 센터도 없습니다.]
해피는 필리핀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불법체류자였습니다.
아버지는 추방당했고, 어머니는 해피를 낳은 뒤 사라졌습니다.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어느 국가의 국적도 얻지 못했습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론 없는 아이인 겁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김해성/이주여성지원센터 소장 : 이런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죠. 그러다보니 좀 자라면 방 안에 요강하고 먹을 거 챙겨놓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불법 체류 사실이 드러나면 추방되기 때문에 숨어지내야 합니다.
그러나 추방돼도 받아줄 나라가 없습니다.
학교도 갈 수 없고, 건강보험 가입도 안되는 이런 아이는 2만여 명으로 추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