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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87년 헌법에 새 옷' 여야, 개헌 논의 대장정 시작

입력 2018-01-1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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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가 오늘(15일)부터 개헌특위를 재가동하면서 개헌 논의를 위한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헌법 개정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가 커서 여전히 개헌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죠.

야당 발제에서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진통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에? 쓰러졌다 합니다.]

네, 영화 '1987'의 한 장면입니다. 당시 경찰이 고 박종철 열사의 사망 원인을 허위로 발표하는 모습이죠. 실제로 꼭 31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87년 1월 15일. 경찰은 그 유명한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거짓 발표를 했고, 이게 도화선이 돼 6월 항쟁까지 이어졌습니다.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하는 현행 헌법도 이 과정을 통해 탄생했죠. 그래서 현행 헌법을 일명 '87년 헌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 국회는 무려 31년 만에 '87년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오늘부터 국회 개헌-정개특위가 재가동에 들어갔죠. 개헌 논의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개헌 논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쟁점은 크게 3가지입니다. 개헌의 시기, 권력 구조, 그리고 선거구제 개편입니다. 이 가운데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건, 바로 개헌의 시기입니다. 오늘 개헌-정개특위 첫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여야가 강하게 출동했습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작년에 1년 정도 이미 개헌특위에서 의견수렴이라든지 논의를 거쳤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개헌을 같이 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 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진태/자유한국당 의원 : 저를 굉장히 초강경파로들 많이 알고 계시는데 사실은 알고 보면 굉장히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근데 한 가지는 좀 말씀 안 드릴 수 없습니다. 우리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진 특위가 그럼 앞으로 다음 달까지만 하는 겁니까? 겨우 한 달 반이요? 너무 짧은 거 아닙니까? ]

자,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주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6월 개헌'에 대해선 확고한 입장입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지난해 8월 17일) : 어쨌든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을 하겠다, 라는 것은 틀림없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2018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지난 10일) :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사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똑같은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홍준표 후보의 공약을 보시죠. '2018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홍 대표는 이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대표 (지난해 12월 5일) : 지방선거에 곁다리를 붙여가지고, 곁다리 국민투표는 적절치 못하다. 내용은 어차피 여야가 합의가 돼야 됩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재임 중에 개헌을 하자…]

자, 정리하자면, 민주당은 '6월 개헌', 자유한국당은 '12월 이전 개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걸 못을 박자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올해 안으로 개헌을 한다는 원칙만 정하자는 주장을 하는 거죠.

현재 여론은 민주당에 다소 유리한 편입니다. 최근에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시죠. 개헌 시기에 대해 물어봤더니, 65%가 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 투표를 실시하는 데 대해 찬성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장도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2018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지난 10일) : 3월 정도 발의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저는 국회 쪽의 논의를 더 지켜보면서 기다릴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또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세균/국회의장 : 지난해 개헌특위가 약속한 대로 6월 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3월 중순에는 개헌안이 발의되어야 합니다.]

자유한국당은 여론의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엔 광화문에서 '문재인 관제 개헌 저지 국민개헌 선포'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섰습니다. 며칠 전엔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 국민투표를 따로 실시하면 약 1200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점을 반박하기 위해, 이런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안상수/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11일) : 1200억 원이나 들어간다. 아껴서 좋기 한데 우리나라가 지금 세월호 같은 교통사고에도 5000억씩이나 지출하는 나라입니다.]

자, 시기 문제만 해도 풀기가 쉽지 않은데, 개헌 내용으로 들어가면 좀 더 복잡해집니다. 권력구조에 대해선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 여야 의견이 엇갈려 있고, 여기에 선거구제 개편 문제까지 맞물리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개헌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자, 오늘은 이른바 '87년 헌법'의 위태로운 운명을 음악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네,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입니다. 영화 '1987'의 삽입곡이기도 하죠. 우리 헌법은 1987년 이후 31년째 새 옷으로 갈아입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지만, 매번 발목을 잡은 건 정치권이었죠. 오늘부터 국회가 개헌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기는 했는데, 여야가 싸우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개헌은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가리워진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야당 기사 제목은 < 여야, 개헌 논의 대장정 시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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