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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평창 후 '곤돌라 갈등'…올림픽 유산 vs 자연 복원

입력 2019-12-02 21:53 수정 2019-12-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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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2년이 다 돼갑니다. 현장에선 "그때 만든 시설들을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스키장 곤돌라가 대표적입니다. "올림픽의 유산으로 남기자"는 주장과, "없애고 자연으로 되돌리자"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슬로프.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알파인스키 경기장으로 쓰였던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입니다.

올림픽이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이곳엔 눈 대신 자갈이 가득합니다.

스키 코스를 만들기 위해서 공사 당시에 35만 톤 가량의 흙과 돌을 채워 넣었다고 합니다.

생태적 가치가 높아, 원래는 개발이 안 되는 곳이었습니다.

해발 1000m부터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와 산림청 등은 원상복구를 조건으로 경기장을 지었습니다.

시공에 2034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복원을 앞두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스키장 입구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뼈대만 남은 것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시면 이 아래쪽엔 사람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가시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곤돌라를 사수하겠다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주민들은 슬로프는 복구하되, 관리도로와 곤돌라는 올림픽 유산으로 남겨두자는 입장입니다.

[강환명/강원 정선군 : 알파인 스키장 그게 열렸던 곳이고 이건 우리나라에 없단 말입니다. (또) 산림 생태환경을 학생들이 와서 보고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체험의 장도 되거든요.]

산 속에 박은 시설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2차 훼손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김종국/강원 정선군 : 어차피 다 망가졌어요, 만들 적에. 산을 막아야 했는데. 또 빻아가지고 또 산을 또 망가트리고.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오히려 자생하는 나무들이 생겼다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병국/정선군번영회 사무국장 : 얘가 버드나무고요, 얘가 낙엽송입니다. 식재를 한 것이 아니라 씨앗이 날아와서 자연 발아를 하고 큰 겁니다. 넓게 자생하고 있어서 1년, 2년 후면 더 많이 자라지 않겠나.]

반면 산림청과 환경단체는 전면 복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 : 알파인 경기장 할 때 복원하기로 돼서 얘기가 있어서 복원을 해야 된다는 게 산림청 입장인데…]

[윤도현/강릉생명의숲 사무국장 : 올림픽특별법에 의해서 모든 보호조치가 해제되고 개발이 된 거잖아요. 그냥 놔둔다고 복원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산사태도 우려합니다.

[배제선/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 경사도가 센 곳이에요, 가리왕산 자체가. 순수목이 없는 산은 아무것도 기능을 못 하는 거잖아요. 토양을 잡아주는 기능, 물을 머금어주는 기능을 하나도 못 하는 거기 때문에.]

지난 열 차례 협의에서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민관협의회는 마지막 한 차례 연장회의를 갖기로 했습니다.

주민들은 철야집회를 예고했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와서 내리는 하차장입니다.

해발 1300미터 정도 되는데요.

그런데 옆에 텐트 두 동이 설치돼있습니다.

오는 10일 회의에서도 결정이 나지 않으면 이곳에서 농성을 진핼할 계획이라고합니다.

보호구역을 경계로 곤돌라를 절반만 철거하자는 안도 나왔지만, 주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박승기/정선군번영연합회 회장 : 곤돌라 반 토막 하는 게 유산 보존하는 거냐, 그게 합리적 기구에서 결론을 낼 결론이냐. 절대 수용 못 한다.]

이러는 사이 가리왕산은 속절없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곤돌라를 철거하는 데만 100억여 원, 가리왕산을 복원하는 데는 최소 8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기장을 실제로 사용한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습니다.

건설 비용도 복원 비용도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지만, 정작 국민들은 이용한 적 없는 스키장.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리왕산은 어떤 모습일까요.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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