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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수당 받으려 자발적 야근?…발언 확인해보니

입력 2016-02-23 22:35 수정 2016-02-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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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발언이 논란이 됐습니다. "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소득증대 수단으로 생각해서 최대한 많이 하고 싶어한다"는 말이었죠. 그리고 "이것이 청년 일자리 만드는 것을 막고 있다, 초과근무 할증을 현행 50%에서 국제노동기구 권고 수준인 2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반발했죠. 사실 장시간 노동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오긴 했습니다. 오늘(23일) 이 문제를 짚어볼 텐데, 그런데 박병원 회장의 말대로만 생각할 것이냐 하는 것은 이견이 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가 휴가를 금주에 떠났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다른 기자가 대신하는데, 김필규 기자가 추천하고 떠났습니다. 김필규 기자의 도플갱어라고 해야 할지… 똑같이 닮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호진 기자. 이번 주에 수고를 많이 해 줘야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이호진 기자는 탐사보도를 많이 해왔던 기자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아무튼 지적돼왔던 문제이기는 합니다, 장시간 노동문제는. 어떻게 시작을 할까요?


[기자]

네,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시간 노동 문제는 심각하죠.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연간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미국과 독일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맞는 겁니다.

또, 지난 2007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서는 노동자들이 휴일과 휴가를 적게 사용하는 이유로 절반 이상이 추가 수입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해, 박 회장의 발언은 근거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기본급 자체가 적어 수당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초과근무는 사용자가 강요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택한 것이다"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지 않습니까?

[기자]

그동안 이뤄졌던 초과근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들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많은 조사가 이뤄졌지만 대부분 결과가 비슷해서,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요.

지난 2013년 한 취업정보 전문업체 조사에서 야근을 하는 이유를 물었는데요. "할당된 업무량이 과중해서"가 가장 많았고요. "회사 분위기가 당연해서", "업무 특성상 야근이 필수라서"가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여전히 야근을 하는 직장인 4명 중 3명이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어, 박 회장의 말처럼 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연장근로를 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앵커]

사실 이런 의문도 듭니다. 업종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그러니까 내가 조금 더 받으려고 '나는 야간 할래'라고 그렇게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말이죠. 일하고 싶을 때 하고 일하기 싫을 때 안 할 수 있느냐. 이런 얘기잖아요.

[기자]

아무래도 재계에서 강조하는 분야는 제조업일 텐데요. 노동자들이 오늘 수당을 더 받고 싶다고 밤에 공장을 돌리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건데요.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장홍근 박사/한국노동연구원 : 오히려 통상근로 시간 이외의 근로에 대한 결정권을 누가 갖고 있는 건가요?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거예요. 사용자들이 불필요한데 근로자들이 '나 초과근로 하고 싶습니다'라고 해서, 초과근로를 시키는 그런 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세상에. 대부분 통상 근로를 넘어서는 그런 근로는, 사용자들의 필요 때문에, 근로자들이 거기에 동의를 하는 형태로 이뤄진단 말입니다.]

작업이 기본적으로 회사의 공정계획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노동자가 원하는 대로 일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초과근무로 인한 비용 상승이 노동자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거네요.

[기자]

2010년 고용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요.

한국에서 장시간 근로가 이뤄지는 원인으로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어렵고, 또, 신규 채용을 할 때 교육비와 같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의 인력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온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신규 채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초과근무를 이용해왔다는 겁니다.

[앵커]

그리고 아주 또 첨예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러니까 초과근무 할증률을 얘기할 때 박병원 회장이 선진국 수준인 25%로 낮춰야 된다. 이게 굉장히 노동자들한테는 어찌 보면 수입이 확 깎이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거든요. 우리 노동자들이 정말 그 문제로 유독 많은 돈을 받아왔던 것인가. 이걸 팩트체크할 필요가 있겠죠?

[기자]

먼저 미국과 캐나다, 싱가포르 경우 초과근무수당 할증률이 우리와 같은 50%로 돼 있고요. 프랑스와 일본, 독일은 박 회장이 선진국 수준이라고 평가한 25%로 돼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건요. 국제노동기구 ILO는 25%를 권장했다기보다, 최소 수치로, 적어도 25%보다는 많아야 한다고 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노동시간을 정말 줄여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 공감대가 있는 것이냐. 이제 그 전제가, 그걸 줄였을 때 고용이 새롭게 창출돼야 된다라는 것인데 그건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논란이 좀 있습니다.

OECD 고용노동 사회국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모두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못했고, 캐나다 퀘벡주도 근로시간 단축 조치가 고용증가에 기여하지는 못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체 고용률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단시간 근로가 적극적으로 활용돼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노사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야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방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를 대신하고 있는 이호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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