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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회서 나온 '절름발이' 발언, 비유적 표현이니 문제없다?

입력 2020-08-0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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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7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기재부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장혜영/정의당 의원 (지난 7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릴게요. 이광재 위원님께서 어떤 정책의 한계 같은 것들을 설명하시면서 '절름발이'라고 하는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명백하게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입니다.]

[앵커]

지난주 국회 기재위에서 나온 장면을 두고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누굴 지칭한 것도 아닌데 이게 왜 장애인 비하 발언이냐"면서 "흔히 쓰는 비유도 못 하느냐, 괜한 트집 잡는다"는 비난까지 나왔습니다. 과연 문제가 없는 표현인지 이가혁 기자와 팩트체크해보겠습니다.

이가혁 기자, 이 의원처럼 누구를 특별히 지칭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쓰는 경우가 있기는 하죠?

[기자]

표준국어대사전에 절름발이 뜻을 찾아보면 세 번째 뜻이 나옵니다.

"사물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조화되지 아니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습니다.

이렇게 무심코 쓰는 경우도 꽤 있긴 합니다.

하지만 사전에 나오는 관용구나 속담도 장애인 인권 측면에서 문제가 돼 왔습니다.

"절름발이 영어", "절름발이 국가", "절름발이 정책" 이런 표현들 '사람이 아니라 정책이나 상황을 말하는 비유 표현이어도 자제해야 한다'고 이미 장애인단체나 국가인권위원회, 한국기자협회 등이 수년 전부터 밝혀왔습니다.

그 이유는 2014년에 나온 국가인권위 결정에 잘 담겨있는데요.

'벙어리 냉가슴' 같은 속담이나 '절름발이 정책' 같은 관용구도 "장애인이 처하는 곤궁하고 난처한 상황을 빗대어 부정적 평가를 할 때, 또 조롱할 때 쓰인다" 그래서 장애인은 능력이 부족하다, 비장애인과 동등하지 않다, 이런 편견을 강화한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이런 지적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기자]

비유라 하더라도 여러 번 지적이 나왔습니다.

13년 전 국회 장면부터 보시죠.

[정화원/당시 한나라당 의원 (2007년 6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 눈먼 행정이니 '절름발이' 행정이니 하는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굉장히 장애인들이 듣기 싫어합니다. 장애인을 비하한다든가 장애인을 비교해서 하는 말씀들은 좀 삼가 달라는…]

[정병국/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1년 6월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 저는 '절름발이' 출발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실적으로…]

[전혜숙/당시 민주당 의원 (2011년 6월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 '절름발이'라는 말은 함부로 쓰지 마세요. 장애인을 비하하는 이야기니까 좀 잘못되었다…]

[박지원/당시 무소속 의원 (2019년 10월 8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 한국당에서 진상조사위원도 추천하지 않아 가지고 모든 것이 '절름발이'로 되어 있어요. 잘 안 된단 말이에요. '절름발이'라는 말 취소합니다.]

[앵커]

작년 발언은 아예 지적을 받기 전에 미리 본인이 스스로 발언을 취소했군요.

[기자]

그동안 인권위는 장애와 관련한 속담, 비유적인 표현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면서도, 언론과 국회는 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기관인 언론이나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적 지위에 있는 국회의원은 장애인 비하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쓰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겁니다.

장혜영 의원은 정치 경력이 긴 의원도 이런 표현을 무심코 쓰는 건 우리가 좀 더 조심해야 한다는 방증이라고 발언을 했죠.

그래서 저희가 국회에서 이렇게 무심코 나온 절름발이 비유가 얼마나 되는지 2000년부터 세 봤습니다.

16대 60건, 17대 40건, 18대 34건, 19대 52건, 20대 38건, 이번 21대는 7월 기준으로 1건입니다.

사라지거나 줄지 않았죠. 여전합니다.

당적을 떠나 이런 지적이 계속 나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JTBC 팩트체크는 국내 유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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