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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이 침묵한 45분…그 시각 세월호 현장에선

입력 2017-10-13 20:33 수정 2017-10-13 21:38

조작된 시간 속, 흘러가버린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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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시간 속, 흘러가버린 '골든타임'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사고가 처음 보고된 시각은 10시가 아닌 9시 30분이었다" 어제(12일) 나온 청와대의 발표가 더 안타까운 건, 9시 30분이 바로 해경 함정이 현장에 도착했던, 즉 구조의 골든타임이 시작된 시각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발표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도 갑판이 뒤집히고, 해경 함정마저도 세월호에서 철수한 45분 뒤에야 지시를 내린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부실한 초기 대응을 덮으려 보고 일지를 조작한 후에도, 세월호 분위기를 서둘러 수습하는데만 골몰했던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정치부 박병현 기자와 박 전 대통령이 침묵했던 45분 동안, 세월호 사고 현장은 어땠는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박병현 기자, 박 전 대통령이 사고를 처음 보고 받은 9시 30분은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을 시각이기도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간별로 정리하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오전 8시 52분에 사고가 처음 신고가 됐고요. 9시 30분에 해경 123정이 현장에 도착합니다.

이때는 구조 전문가나 청와대가 모두 인정하는 구조의 골든타임이었습니다.

동시에 바로 이 때가 박 전 대통령이 최초로 사고를 보고 받은 시각인 겁니다.

[앵커]

그런데 9시 반에 보고를 받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는 45분 뒤인 10시 15분에 있었으니까 그 골든타임 동안은 침묵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침묵하는 동안 세월호 안의 학생들은 구조될 것으로 알았습니다.

9시 37분, 세월호 안의 모습인데요. 학생들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헬리콥터가 와. 힘들어 살려줘 살려줘. 살건데 뭔 소리야.]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에 따라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123정은 퇴선 명령도 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초기 대응이 엉망이었던 건데, 하지만 이후 이준석 선장은 구조됐잖아요?

[기자]

그때 역시 여전히 골든타임이었던 셈입니다. 9시 46분,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이 123정으로 탈출합니다.

배 기울기는 약 57도였는데요. 이 때 퇴선 명령이 내려졌더라도 6분여 만에 승객 구조가 가능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1분, 1분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었는데 물론 이 때도 박 전 대통령 지시는 없었던 상태였고요. 123정은 선장과 선원만 구출하고 현장에서 떠나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10시 13분에 123정은 선장 등만 태우고 세월호에서 떠나버립니다.

그리고 2분 뒤, 첫 보고받은 걸로 따지면 45분 뒤에야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지시가 내려집니다.

"객실 안을 철저히 확인해서 누락 인원이 없도록 하라", 해경 함정이 이미 떠난 뒤에 상황과도 안 맞는 지시였던 겁니다.

[앵커]

사실상 골든타임이 끝난 뒤에 지시가 내려졌다는 거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박 전 대통령 지시가 불과 2분뒤 상황을 보면 갑판도 뒤집혀서 물에 잠겼습니다.

세월호 안에서 보내온 카카오톡 메시지도 10시 17분에 끊깁니다.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배가 또 기울고 있어" 생존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메시지인 동시에 세월호에서 보내온 마지막 SOS 였던겁니다.

[앵커]

저런 메시지들은 사고 당일에 정부는 전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잖아요. 사고 당일엔 몰랐고, 정부의 감사와 나중에 있었던 수사, 그리고 JTBC의 휴대폰 복원 보도들을 통해서 소개됐던 건데. 청와대는 그제서야 박 전 대통령이 침묵한 45분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청와대가 보고 시각을 수정한 건 2014년 10월 23일입니다.

해경의 부실 대응, 또 구조의 골든타임이 검찰과 감사원 발표로 다 드러난 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비난 여론을 피하려고 뒤늦게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겁니다.

[앵커]

청와대 발표 전에도 이미 10시라는 최초 보고 시각이 당시 상황에 비춰서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 당시 해경 녹취록을 보면 청와대는 오전 9시 20분에 해경에 세월호를 찍은 동영상을 재촉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특히,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참모들에게 문자로 세월호 사고를 알린 때는 9시 24분이었습니다.

그래서 10시라는 최초 보고 시각, 처음 청와대 발표 때부터 의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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