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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시민단체 "박정희 위한 효도 교과서…즉각 폐지"

입력 2016-11-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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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시민단체 "박정희 위한 효도 교과서…즉각 폐지"


역사학계·시민단체 "박정희 위한 효도 교과서…즉각 폐지"


역사학계·시민단체 "박정희 위한 효도 교과서…즉각 폐지"


교육부가 28일 국정화 역사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가운데 역사학계, 시민단체 등은 '권력층의 입맛에 맞는 내용'이라며 국정 교과서 즉각 폐지를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 485개 단체가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는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효도 교과서"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는 경제성장 중심의 역사 서술을 통해 성장의 성과만을 일면적으로 찬양했을 뿐 아니라 성장의 주체로 정부 혹은 재벌을 강조했다. 새마을 운동에 대한 과도한 찬양은 보기 민망할 정도"라며 "'독재'라는 쉬운 단어 대신에 '권위주의 정치 체제'라는 학생들은 이해하기도 힘든 표현을 쓴 것도 박정희정권의 반민주성에 대한 물타기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실제로 3쪽에 가까운 분량으로 북한을 적대적으로 서술했다. 통일이 민족적 과제임을 생각한다면 북한에 대한 증오만을 교과서에 기록할 수 없다"며 "끝에 가서야 '남북한 관계는 민족이란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상호 신뢰와 협력을 통해 공존을 모색하고 상생해야 하는 특수한 관계'라는 식의 면피용 서술을 하고 있고, 제시된 사진도 대부분 민족 화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또 현대사 부분 집필자 6명 중 역사학 전공자가 없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역사학자는 배제한 채 뉴라이트 성향의 정치학자와 법학자, 경제학자가 쓴 교과서를 어떻게 한국사 교과서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라며 "나머지 필자들도 국정교과서에 적극 찬성하는 행보를 보였거나 검정교과서 공격에 앞장선 인사들이다. 학계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로 집필진을 꾸려 균형 있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모두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성명서를 통해 "오늘 공개된 교과서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제2의 유신 역사쿠데타'이자 '정치권력의 교육침탈'로 규정했던 전교조 입장이 틀림이 없음이 증명됐다"며 "교육부는 분노한 국민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국정을 밀어붙이고자 국정과 검인정 혼용이라는 꼼수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즉각 폐기하고 국정화 중단을 건의함과 더불어 기존 검인정 교과서를 활용하는 것이 현 시기 최선의 대책"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불복종 선언'을 역사교사 중심으로 조직하고, 시도교육청, 학부모단체와 함께 다각도의 연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역사교과서는 국정화를 해서는 안 된다. 많은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교총마저 적극 반대하고 나섰는데도 정부가 무작정 밀어붙이는 걸 보면 박근혜 정권이 퇴진해야 할 절대적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즉각 철회까지는 아니어도 여론을 의식해서 중단이라도 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학자들도 객관성, 중립성 없이 특정 이념에 치우친 교과서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이런 수준의 교과서를 만들려고 수십억의 예산을 쏟아 부었나"라며 "역시나 근현대사 부분에 문제가 제일 많다. 그나마 교육부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여론을 의식해 상당히 완화한 것 같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도 교육부가 굉장히 많이 손을 봤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권력이 손댄 역사서술은 가치가 없다. 특히나 나쁜 의도로 역사 서술에 개입하고 직접 제작한 국정교과서는 현 시대에 사용할 수 없다"며 "또 기존 검정교과서는 디자인, 사료, 그래픽 등 학습요소가 다채로운데 비해 국정교과서는 굉장히 단조롭고 무미건조해졌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조승래 청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사회에서는 국정교과서라는 것이 있을 수 없는데 이 자체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기존 검정 교과서가 이념에 치우쳤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들 중 현대사를 저술한 분들이야말로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것은 임시정부의 맥이 아니라 뉴라이트 사관을 국민적 사관으로 만들려고 하는 듯하다"며 "이번 국정교과서는 빨리 폐기를 해야 한다. 쓰고 싶다면 기존 교과서와 함께 경쟁해서 인정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보수단체는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편향된 집필진이라는 논란을 두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처음 취지를 생각하면 지금 공개된 국정교과서 내용 중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왜곡된 부분에 대한 논의나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는 국정화를 찬성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실장은 "하지만 집필진 명단을 두고 편향인사라는 논란이 있는데 미국을 보면 역사 교과서 편찬에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그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참여한다"며 "이미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교과서를 두고 집필진을 걸고넘어진다거나 하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은 이날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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