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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입력 2018-03-20 10:22 수정 2018-03-20 13:54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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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①가습기에 수돗물 쓰는 게 맞을까? (http://bit.ly/2FRUGsc)
②가습기 틀었더니 공기청정기에 빨간불이?
③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소탐대실] ②가습기 틀었더니 공기청정기에 빨간불이?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는 함께 쓰지 마라?

내가 쓰는 가습기는 초음파 가습기다. 나는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함께 쓰지 않는다. 누가 시켜서 그런 건 아니다. 가습기를 틀면 공기청정기에 계속 빨간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감지하는 센서가 계속 '매우 나쁨' 상태로 강한 바람을 내뿜는다. 가습기에 넣은 수돗물이 문제인가보다. 수돗물을 미세먼지로 인식하는 건가. 궁금하다. 작은탐사, 소탐해보자.

■초음파 가습기 vs 공기청정기 실험해봤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집에서 간단한 실험을 했다. 수돗물, 정수기 물, 증류수, 세 가지 물을 초음파 가습기에 넣고 틀었다. 공기청정기를 옆에 놓고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했다. 먼저 수돗물이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매우 나쁨'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고 돌렸다. 그리고 공기청정기로 방 안의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했다. 1분이 지나자 수치가 75㎍/㎥까지 올라갔다.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더니 5분이 지나자 327㎍/㎥까지 올라갔다. 환경부 기준 '매우 나쁨' 기준인 151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10분 경과 기록은 396㎍/㎥이었다. 도중에 565㎍/㎥까지 치솟기도 했다. 30분 넘게 틀었을 땐 측정 한계치인 999㎍/㎥까지 올라갔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외출할 때마다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마스크도 꼬박꼬박 쓰고 다녔는데, 정작 내 집에서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가 측정됐다. 공기청정기 사용설명서를 찾아봤다. 감지센서의 오류일까.


■증류수, 미세먼지 '좋음'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공기청정기 사용설명서에는 가습기나 분무기의 수분 때문에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써 있었다. 증류수도 같은 결과라면 수돗물의 문제가 아닐 거다. 실험해보자.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가습기를 튼 10분 내내 15㎍/㎥를 넘기지 않았다. 환경부 기준 '좋음' 수치다.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수돗물과는 확연히 달랐다. 물방울이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수돗물 속에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다.


■정수기, 미세먼지 '보통'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이번엔 정수기 물로 실험을 해봤다. 10분 동안 42㎍/㎥를 넘지 않았다. 환경부 기준 '보통' 수준이다. 증류수보다 높긴 했지만 수돗물보다는 훨씬 낮은 수치다. 확실히 수돗물이 문제다. 수돗물을 가습기에 넣었을 때만 공기청정기에서 빨간불이 나타났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나온다"

우리 집 공기청정기가 제대로 잡아낸 거라면, 수돗물의 불순물이 가습기를 통해 실내에 퍼진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가정일 뿐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연구 논문을 찾아봤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오래전 논문이었다. 1992년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에 게재됐다. 수돗물을 넣고 집 전체에 초음파 가습기를 틀었더니 PM10, 즉 미세먼지 농도가 658 ㎍/㎥까지 올라갔다. 작은 방 한 칸 짜리에서 실험했더니 그 수치가 무려 7078㎍/㎥까지 치솟았다. 반면 증류수를 썼을 때는 전체 집의 미세먼지 PM10 농도가 54㎍/㎥에 그쳤다.


■제대로 된 실험, 서울대와 함께 해보자

확실히 수돗물 안에 뭔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집에서 한 실험이나 25년 지난 해외 논문만으로는 100% 확신할 수 없다. 국내에선 그 어떤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 아쉽다.
결국 소탐대실이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서울대학교 산업환경보건연구실과 함께 작은탐사, 소탐한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소탐대실] ③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소탐대실 × 서울대 산업환경보건연구실

수돗물 가습기는 미세먼지를 뿜는가. 이제 직접 확인해볼 때가 됐다. 서울대 산업환경보건연구실에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조건은 이렇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실험 결과 분석은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실험을 진행한 서울대 연구원은 결과를 설명하기 전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실 실험 전에는 수돗물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나올까? 싶었어요. 그런데 분석 결과 생각보다 훨씬 큰 차이가 나서 놀랐어요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드디어 결과다. 문제의 수돗물부터 보자. 수돗물로 초음파 가습기를 틀었을 때 검출된 미세먼지 농도다. 208㎍/㎥.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감이 잘 안 오는 분이 많겠다.
이렇게 설명해보자.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지난 한해 서울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던 날은 5월 6일이었다. 하루 평균 194㎍/㎥였다. 수돗물 가습기에서 나온 미세먼지 농도는 208㎍/㎥. 미세먼지가 제일 심했던 날보다 더 높다. 물론 실험 환경과 실제 바깥 환경이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증류수 가습기는 미세먼지 거의 없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반면 정수기 물은 41㎍/㎥를 기록했다. 환경부 기준 미세먼지 농도 '보통'수준이다. 증류수는 매우 낮은 7㎍/㎥를 기록했다.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수돗물 가습기는 틀자마자 미세먼지 수치 치솟았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시간대별 그래프도 보자. 수돗물 가습기는 틀자마자 미세먼지 농도가 200㎍/㎥ 이상 치솟았다. 그리고 계속 비슷한 수치를 유지했다. 가습기를 끄자 미세먼지 수치는 급감했다. 정수기 물은 50㎍/㎥ 정도에서 머물렀고, 증류수는 거의 수치변화가 없었다. 미세먼지가 거의 안 나왔다는 이야기다.


■수돗물 가습기에서 금속 성분도 더 많이 나왔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초음파 가습기를 틀었을 때 나온 물 입자에 금속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도 확인해봤다. 그래프만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수돗물에서 금속 성분이 가장 많이 나왔다. 특히 칼슘(8.6㎍/㎥)과 나트륨(7.8㎍/㎥)이 많이 검출됐다. 반면 정수기나 증류수는 금속 성분 농도가 낮았다. 수돗물에 미네랄 성분이 더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더 많은 미세먼지 마셨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면 일부러 창문을 닫고 가습기를 틀었는데(물론 수돗물로), 실제론 바깥보다 더 많은 먼지를 집 안에서 들이마셨던 셈이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에서 어린이집, 산후조리원, 의료기관 같은 시설은 미세먼지를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수돗물을 넣고 초음파 가습기를 돌리면 208㎍/㎥. 이 기준을 2배 이상 웃돈다.


■더 큰 문제는 초미세먼지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수돗물 가습기의 시간대별 미세먼지 그래프다. 자세히 보면 주황색과 파란색 그래프가 함께 그려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주황색 그래프는 지름 10㎛ 이하, PM10 미세먼지, 파란색은 지름 1㎛ 이하, PM1 극초미세먼지다. 지름 2.5㎛ 이하를 PM2.5 초미세먼지라 부르니, PM1은 극초미세먼지라 불러도 될 거 같다.

그래프를 보면 PM10과 PM1의 모양이 거의 일치한다. 해석하자면, 수돗물 가습기에서 나온 미세먼지 거의 대부분이 PM1 극초미세먼지라는 이야기다. 먼지의 크기가 작을 수록 폐포에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은 쓰지 말자

실험 결과가 복잡해 보이지만 메시지는 단순하다.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은 쓰지 말자. 이거다.
가장 좋은 건 증류수를 쓰는 거다. 미국, 유럽 등에서 권고하는 대로 초음파 가습기에 증류수를 쓰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매번 증류수를 사서 쓰는게 번거롭다면 적어도 정수기 물이라도 쓰자. 차선도 나쁘지 않다. 정수기 물을 쓴 초음파 가습기에서는 '보통' 수준의 미세먼지만 나왔다.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이번 실험을 진행한 서울대 산업환경보건연구실의 윤충식 교수는 "수돗물 가습기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폐포까지 잘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고 틀면 미세먼지, 아니 극초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는 사람의 폐포에 잘 침투할 수 있는 크기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수돗물 가습기에서 나오는 칼슘, 나트륨 등은 양이온 물질로 특히 아주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호흡기로 들어갔을 때 염증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지 모르겠다. 다만, 아기라면, 노약자라면, 오랜 시간 가습기를 틀어야 하는 환경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굳이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쓸 이유가 없다. 우리 정부도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해달라. 미국은 그렇게 한다.


소탐대실 끝.

 
#저희는_작은_일에도_최선을_다하겠습니다

기획·제작 : 김진일, 김영주, 박준이
디자인 : 송민경
 
[소탐대실] 수돗물 가습기, 미세먼지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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