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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금 가고 기울고…아파트 공사장 주변 '뒤틀린 건물'

입력 2020-01-3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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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 초량동에 있는 건물 수십 곳에 금이 가고 물이 샙니다. 한쪽으로 기운 곳도 있습니다. 주민들은 몇 년째 이러고 있다면서 근처에 아파트 공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대형 현수막이 건물 2층을 덮었습니다.

붕괴 위험이 있으니 출입하지 말라고 적혀 있습니다.

건물 주인의 협조를 받아서 2층으로 올라와 봤습니다.

한눈에 봐도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습인데요.

우선 이 방문을 좀 보실까요.

지금 이게 굉장히 뒤틀려 있어서 문을 힘을 주어 닫아도 닫히지 않는 모습입니다.

여닫는 게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요.

방 안쪽으로 한번 들어와 보실까요.

누수 때문에 곰팡이가 곳곳에 있고요.

창문을 보면, 이 창문도 좀 뒤틀려 있어서 이게 문을 완전히 닫은 모습인데 위쪽은 이렇게 닿아 있지만 아래쪽은 틈이 벌어져 있는 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나가서 상황을 좀 보면요.

지금 이 천장도 굉장히 낮고 바닥도 경사가 상당한데 얼마나 기울어졌는지 보여드리면, 이렇게 공을 놓으면 저절로 내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진백/건물 주인 : 이 건물 자체가 뒤로 무너지는 것 같아요. 1년 6개월 이상 세를 안 받았거든요. 누가 세를 살겠습니까.]

건물이 기운 쪽은 신축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인 곳입니다.

2차로 하나를 가운데 두고 있습니다.

최근 안전진단에선 건물을 사용하지 말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옆에 있는 식당을 가봤습니다.

[이강영/식당 주인 : 지붕이 떨어진 거거든요. 뚝뚝 떨어져서 덩그렁하고 떨어져버린. 손님이 밥 먹다가 떨어져 버리니까.]

건물이 이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아래쪽에는 균열이 생겼습니다.

심한 곳은 제 손이 그냥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졌는데요.

이 금은 건물 뒤쪽으로 쭉 이어집니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는 아파트 공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전대한/동서대 건축학과 교수 : 이게 조적조니까 블록이거든요. 블록인데. 이쪽으로 밀려내려가니까 균열이 생긴 거죠. (공사) 영향을 받았죠.]

비틀림 현상으로 문을 아예 떼어놓은 곳도 있습니다.

목욕탕 굴뚝도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길 쪽으로 무너지면 난리 나죠. 인사사고.]

지하수가 샘솟는 곳도 있다고 말합니다.

[박준호/주민 : 방수 기초가 깨졌다는 거죠. 물이 안 잡히니까 계속 이대로 1년째 방치하고 있어요.]

불안한 상황에 아예 영업을 중단한 가게들도 있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가구는 총 50여 세대입니다.

공사현장을 둘러싸고 디귿자 모양으로 밀집해 있습니다.

주민들은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이상 징후가 보였다고 말합니다.

한 주민이 취재진에게 보여준 일지입니다.

2016년 6월 시작된 첫 기록엔 건물이 흔들린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후 누수, 균열, 흔들림 등의 현상이 날짜별로 기록됐습니다.

[이순희/주민 : 신경성이 있어서 병원에도 1년 이상 다녔고 밤에 잠을 못 자요. 불안해서.]

주민들이 항의하자 건설사 측은 일부 집을 보수해줬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금세 다시 하자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집 안쪽으로 들어오면 보일러실이 나옵니다.

이게 작년에 보일러실을 집주인 분이 찍어둔 사진인데 보다시피 금이 굉장히 가 있어서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무너지지 말라고 임시로 기둥을 세 개를 세워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요.

그러면 지금 모습은 어떤지 한 번 보실까요?

이렇게 1년 만에 기둥이 다섯 개로 늘어났습니다.

위쪽을 보시면 나무토막으로 일시적으로 덧대어놓은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고요.

아래는 이쪽이 금이 갔던 곳인데 이렇게 시멘트를 덧발라 놓은 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건설사 측에서 당초 균열측정계를 붙여놓지도 않고 허위로 결과를 작성했다고 주장합니다.

건설사 사무실을 찾아가봤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 (균열칩이 안 붙었는데 측정이 됐어요.) 정부 인증 업체로 하거든요. 만약에 (허위 작성)했다면 이건 업체 신뢰도의 문제인데, 문제가 되죠.]

그러면서도 공사가 원인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건설사 관계자 : 이 건물 있죠. 여기 앉아 있으면 앞에 버스 지나가죠? 그것도 흔들려요. (버스 지나가서 흔들려서 이런 겁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다만 민원이 이어지는 만큼 주민들을 만나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보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공사장을 둘러싼 건물들에선 금이 가거나 기울어지는 것처럼 공통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고의 씨앗으로 되돌아오기 전에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겁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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