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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화해' 박 대통령-이희호 여사 만남, 의미는?

입력 2014-10-29 09:26 수정 2014-10-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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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났는데요, 이슈격파 이주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두 사람의 만남,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기자]

아시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근대화 세력과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의 화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인데요, 지난 8월 박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에 화환을 보냈고, 사흘 전인 26일에는 이희호 여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 35주기에 처음으로 화환을 보내면서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입니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뒤 박정희기념관을 세우는데 지원했고요.

퇴임 후인 2004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예방해 "아버지 시절 여러 피해를 입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했고,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최대 정적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화답한 바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 장면을 "마치 박정희가 환생해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고 기록했습니다.

[앵커]

두 사람의 만남은 동서화합의 바람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로 최대 정치적 숙적이었는데, 애증의 역사 잠깐 소개해 주시죠.

[기자]

두 전직 대통령의 대립과 갈등은 1971년 대선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신민당 후보로 혜성처럼 등장한 김대중 후보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52%대 48% 박빙으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수난이 시작됐습니다.

같은 해, 김 전 대통령은 총선 지원유세에 나섰다가 대형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로 지팡이를 짚게 됐고요, 2년 뒤 김 전 대통령에게 일본에서 중앙정보부의 납치와 살해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음모 사건 수괴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았고요, 박근혜 대통령은 사가에서 길고 외로운 칩거에 들어가는 수난을 겪습니다.

두 집안의 인연은 이렇게 최대 정적이면서도 함께 수난을 겪기도 했던 애증관계였는데요, 앞서 말씀 드린 것 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치 보복을 하지 않음으로서 화해의 실마리가 생겼습니다.

[앵커]

두 사람의 만남, 두 세력간 두 가문의 화해의 확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얘기 했는데, 어제 회동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분위기는 만남 내내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 여사를 만나자마자 "사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 즈음에서 뵙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러 가지 있다보니 오늘에야 뵙게됐다"며 "지난 5년 동안 여사님께서 김 대통령님 묘역에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찾아가 기도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여사는 이에 "5주기에 화환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화답했고, 그러자 박 대통령은 "여사님께서도 조화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을 많이 하셔서 김 대통령님께서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말처럼 이휘호 여사는 1922년 생으로 올해 92살이거든요, 보시는 것처럼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이번 만남에서 이희호 여사는 박 대통령에게 북한을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뤄질 수 있을 까요?

[기자]

이 여사가 박 대통령에게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서 추울 때 모자와 목도리를 겸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직접 짰다"면서 방북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이 여사는 2011년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 명예회장으로 회원들과 함께 뜨개질한 어린용 털모자 1만개를 준비했지만 정부의 방북 승인이 나지 않아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북한 아이들에게 그런 마음과 정성, 사랑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편하실 때 방북 기회를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다소 풀리면 승인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앞서 남북문제와 관련해 군사 정치적 사안과 영유아 지원 등 비정치적 분야를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고요.

북한의 영아 사망률이 높은 상황에서 산모와 유아에게 보건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드레스덴에서도 밝혔는데요, 이를 위해 2241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두 사람이 회동은 50여 분간 진행됐는데요, 박 대통령은 이 여사에게 7할 넘게 부으면 모두 다 흘려내리는 잔인 계영배를 선물했고요, 이 여사는 직접 평화통일이라고 쓴 휘호를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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