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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옥' 연상호 감독 "K콘텐트 세계적 인기, 둑 무너지듯 쏟아져 나온 거죠"

입력 2021-11-25 16:12 수정 2021-11-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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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 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이 다시 한번 큰일을 냈다. 영화 '부산행'(2016)으로 K-좀비 붐을 일으킨 지 5년 만에 다시 한번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지난 19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울역'·'부산행'·'반도' 그리고 '방법: 재차의'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유아인·김현주·박정민·원진아·양익준·김도윤·김신록·류경수·이레 등이 출연한다.

지난 19일 오후 공개됐고, 직후인 20일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1위(넷플릭스 패트롤 기준)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뿐 아니라, 공개 후 단 3일 동안 434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홍콩·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자메이카·나이지리아 등 총 12개국에서 톱 10 1위를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 미국, 프랑스, 독일 등 59여 개국에서 톱 10 리스트에 자리하며 글로벌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지옥' 포스터. '지옥' 포스터.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당황하고 어리둥절했다. 하루 자고 일어났더니 이렇게 돼 있더라. (축하한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

-1회에서 3회까지의 어려운 전개가 진입 장벽이 된다는 평이 나온다.
"아주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시킬 거란 생각을 하진 못했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거나 '딥'하게 보실 수 있는 분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생각 외로 많은 분이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시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 '지옥'은 생소해 보이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적응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깊이 있는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의 밸런스를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연출하면서 테크닉적으로 밸런스를 유지하자는 생각을 하기보다 과거 봐왔던 작품들을 떠올렸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만화나 작품들 가운데 여러 가지 메시지와 재미가 공존한 작품이 있었다. 최규석 작가와 처음 만화를 구상할 때 이야기했던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이 있다. 대학교 때 '20세기 소년'을 처음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때 받았던 느낌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기획했다. 일종의 밸런스를 어떻게 구현할지 많이 생각하며 작품을 구상했다."

-종교를 향한 비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시청자도 있다.
"종교와 인간의 관계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굉장히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지옥'이란 작품은 코스믹 호러라는 장르 안에서 움직인다. 코스믹 호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존재로부터 오는 공포, 그것을 맞닥뜨린 인간의 공포를 그린다. 거대한 미지의 존재와 인간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 같은 것들을 표현하기 좋다. '지옥'은 종교적 색채도 있지만 코스믹 호러 장르에 충실하게 만들어보고자 했다."

-'돼지의 왕'·'사이비' 등 전작에서도 인간 군상의 부조리함을 다뤘다.
"코스믹 호러는 미스터리한 걸 미스터리한 채로 남겨두고, 그 앞의 인간을 현실성 있게 표현하는 게 중점이다. 맞닥뜨린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했다. 이 작품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작품 안에서 인간들의 고민이 현실에서의 고민과 닮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살촉 BJ 장면이 호불호가 갈린다.
"스피커의 모습에 대한 시각적 실체화에 대해 고민했다. 얼굴은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스피커로서 충실하게, 사람을 끌기 위한 목소리로 연출했다. (BJ 역의) 김도윤이 그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어떻게 표현하면 더 리얼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 목이 쉰 상태로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 열심히, 리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불편하다는 반응도 역시 스피커의 모습이 실체화됐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인 것 같다."
 
연상호 감독. 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 사진=넷플릭스

-지옥행 고지라는 설정을 어떻게 떠올렸나.
"'부산행'에서부터 생각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죽음이라는 도착지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 그 종착지가 누구나 다 아는 곳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부산행'은 부산이라는 종착지가 인생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지옥'에서는) 종착지가 예상치 못하게 고지됐을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부터 상상했다. 미묘하지만 설정이 다른 이야기를 그렸다."

-'지옥'이라는 직설적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지옥'이라는 제목에 큰 의미를 담은 건 아니다. 과연 지옥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무엇을 보고, 실체가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게 됐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그런 지점, 그런 상상이 지옥의 모티브가 됐다."

-'부산행'·'반도'에 이어 '지옥'까지 아이를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만 봐도 기분이 좋다.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회가 정말 디스토피아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 사회라면 더는 유지될 필요가 없다. 작품을 할 때도 그런 지점을 생각하고, 또 반영되고 있다."

-박정자를 연기한 배우 김신록이 주목받고 있다.
"김신록은 드라마 '방법'에서 처음 만났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김용완 감독이 추천하더라. 이창동 감독님의 '버닝'에서 스티븐 연의 부잣집 친구 역할로 나왔는데, 그때만 해도 그렇게 인상적인 배우인지 몰랐다. 김용완 감독이 추천을 했고, 그 시선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캐스팅했다. 드라마 완성본을 봤는데 정말 놀랐다. 김신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신록이 박정자 역할을 해줬으면 해서 출연을 제안했다."

-사자의 비주얼에 관해 고민이 있었을 터다.
"사자가 현실세계와는 이질적 존재였으면 했다. 그럼에도 구현됐을 때 실제처럼 보였으면 한다는 상충적 바람이 있었다. 저는 영화를 접하고, 영화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되게 B급 영화, 서브컬처 영화에서 영감을 받는다. (사자도) 서브컬처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어날 법하면서도 이질적이고, B급적 느낌을 잡아내고 싶었다."

-신생아에게 지옥행을 고지하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 세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지점이다. '지옥'의 후속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생각이나 의도라기보다는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보여주고 싶다."

-최규석 작가와의 웹툰 작업은 어떻게 분담을 한 건가.
"최규석 작가와는 대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다. 역할 분담이라는 게 없을 정도로 친하다. 작품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고, 같이 구상했다. 이미지나 이런 것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역할을 분담하자고 하기에는, 둘이 같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웹툰과 드라마의 결말이 다르다.
"시리즈의 결말은 웹툰 작업할 때부터 이야기했던 거다. 넷플릭스의 시리즈가 결정된 것은 웹툰 완결 전이다. 시리즈를 제작하는 팀과 웹툰 결말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시리즈의 결말을 전략적으로 웹툰에 넣지 않았다. 만화와 시리즈의 크리에이터가 같기 때문에 동시에 상의할 수 있었다. 전략적 선택이었다."

-고지를 하는 천사를 악마 같은 비주얼로 그렸다.
"이미지에 따라 악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사실 악마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천사를 다루고 있는 여러 종교화를 봤다. 아기의 날개가 달리거나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다. 그 가운데 주목했던 것은 거대한 얼굴 그 자체로 돼 있는 종교화였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웹툰과 시리즈를 만들 때 거기에서 모티브를 받아서, 어떻게 실사로 잘 표현할지 고민했다."

-종교를 갖고 있나. '살인인가 천벌인가'의 '지옥'의 부제에 어떤 답을 할 건가.
"종교라고 하는 것은 믿음이기보다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저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저도 종교가 있다. '살인인가 천벌인가'가 질문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살인이든 천벌이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고지를 받는다면 20년과 30초 가운데 무엇을 택하겠나.
"저는 20년을 고르겠다. 정리할 상황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이 필요하다.(웃음)"
 
'지옥' 스틸. '지옥' 스틸.

-지금의 한국 사회의 혐오를 반영하는 듯하다. 실제 영감을 받은 사건이 있었나.
"기존의 사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기보다는, 시연과 고지라는 상황이 주어진 세계관을 짓고 그 안의 사람들을 묘사하려 했다. 특정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요소를 오히려 빼려고 했다. 물론 실제 사회에서 있을 법한 일이 되는 것도 중요했지만, 어떠한 특정 사건도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박정민에게 애비상을, 원진아에게애미상을 주겠다고 했다.
"재미삼아 박정민과 원진아에게애비상, 에미상 이야기를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든 배우가 똑같은 마음으로 캐릭터들에게 현실적 생명을 불어 넣어주려고 노력했다. 이번에 작업하며 좋았던 것은, 감독과 배우 이런 게 아니라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재능있는 아티스트가 모여 같이 공연했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 콘텐트의 인기가 높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15년 전부터 전 세계에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최근 폭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한국에서는 좋은 영화와 드라마가 존재했고, 알아봐 주는 세계인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결계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결계에는 조금씩 금이 가다가 쏟아져 내린다. 지금 한국 콘텐트가 사랑받는 것은 이전부터 세계 시장에 내기 시작한 균열이 모여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쏟아져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이 작품을 만화 '지옥'으로 만들었고, 원작 IP는 당연히 최규석 작가와 제가 가지고 있다. 이것에 대한 영상화를 할 때, 원작을 가장 원작 그대로 만들 수 있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넷플릭스라고 생각했다. 넷플릭스도 원작 그대로로 만들어내길 바랐다. 그런 측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게 됐다."

-마치 엑스레이를 떠올리게 하는 오프닝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오프닝은 전문 회사에 맡긴다. 한국 회사의 오프닝들이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 그래서 단순히 '맡기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넷플릭스는 근데 오프닝도 크리에이터가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전문가들처럼 화려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새로운 비전을 담고자 했다.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했다. 관조하거나 관망하거나, 카메라적 액티비티가 전혀 없는 풍경 같은 이미지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시즌 2 계획이 있나.
"'지옥'을 구상할 때부터 최규석 작가와 여러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뽑아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에 대해서 최규석 작가님과 만들고 있었다. 최규석 작가와 이후의 이야기를 만화로 작업을 하기로 이야기한 상태다. 내년 하반기에는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영상화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이 없어서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

-할리우드 러브콜이 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부산행' 이후 영화 연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었다.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큰 무대, 다양한 무대에서 작업하고 싶은 건 창작자로서 당연하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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