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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직전 족집게 과외…성남에 FA컵 우승 안겼다

입력 2014-11-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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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직전 족집게 과외…성남에 FA컵 우승 안겼다


승부차기 직전 족집게 과외가 성남FC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성남이 골키퍼 박준혁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FC서울을 누르고 FA컵 정상에 올랐다.

성남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서울과 전·후반, 연장 120분을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성남은 전신 성남 일화 시절인 2011년 이후 3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통산 세 번째(2014·2011·1999년) 우승. 성남은 우승 상금 2억원과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거머쥐었다.

성남은 골키퍼 작전에서 실패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후반 막판. 서울 최용수 감독과 성남 김학범 감독은 똑같이 '골키퍼 교체' 카드를 꺼냈다. 서울은 김용대를 빼고 유상훈을 내보냈다. 유상훈은 포항과 FA컵 16강에서 신들린 3연속 선방을 보여준 주인공. 성남도 박준혁 대신 전상욱을 준비했지만 종료 직전까지 볼이 아웃되지 않아 결국 투입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김 감독은 성남 선수들에게 볼을 밖으로 걷어내라고 소리쳤지만 주심은 그대로 종료 휘슬을 불고 말았다. 성남은 이날 작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골키퍼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나 박준혁은 승부차기에서 예상 밖으로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쳤다. 서울의 첫 번째 키커인 오스마르의 슛을 왼쪽으로 몸을 날려 정확하게 막아냈다. 세 번째 키커인 몰리나의 슛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쳐냈다. 박준혁을 본 성남 키커들은 자신감에 넘쳤다. 4명의 선수가 집중력을 강하게 발휘하며 모두 성공시켰다.

경기 후 박준혁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승부차기로 들어가기 직전 박준혁은 전상욱에게 다가가 뭔가를 유심히 들었다. 벼락치기 공부였다. 박준혁은 "제가 (전)상욱이 형이랑 같은 방이다. 상욱이 형이 얼마 전까지 계속 비디오를 보며 연구하더라. 그 비결을 다 알려줬다"고 했다. 천금의 족집게 과외였다. 오스마르가 도움 닫기를 짧게 서면 왼쪽(골키퍼 기준)으로 슛을 하고 멀리 서면 오른쪽으로 날린다는 등 세세한 정보가 담겨있었다. 박준혁은 "상욱이 형이 알려준 내용이 큰 힘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박준혁은 사실 이날 몇 번 불안한 모습으로 김학범 감독과 동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전반 22분 골문을 비우고 나왔다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에스쿠데로에게 볼을 뺏겼다. 에스쿠대로가 빈 골대를 향해 슛을 시도했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수비수 곽해성이 얼굴을 들이밀며 막아냈다. 박준혁은 여러 차례 골 킥을 어이 없이 차내기기도 했다. 골대 행운도 따랐다. 후반 36분 서울 이상협이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을 김진규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성남의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다. 박준혁도 "사실 제가 오늘 그렇게 잘 한 경기는 아니었다. 안정적인 리드는 잘 못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보여준 두 차례 선방은 그 전의 실수를 해소하고도 남았다. 박준혁은 이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겹경사를 누렸다.

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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