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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투표소는 절반 이하…장애인 유권자엔 '험난한 길'

입력 2017-05-0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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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전국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됐는데요. 마음만 있으면, 신분증만 있으면 투표가 가능하다고는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절반이 넘는 투표소가 1층이 아니라 2층이나 3층, 또는 지하에 있기 때문에 장애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들에겐 어려움이 많습니다.

밀착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전병건/대학생 : 처음 맞이하는 선거니까 이제 진짜 유권자가 됐다는 느낌이죠.]

지난해 대학생이 된 전병건 씨는 하루 대부분을 전동휠체어에서 보내는 지체장애인입니다.

전씨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우편으로 참여하는 거소 투표 대신, 투표소를 찾아 직접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전병건/대학생 : 이제 막 스무 살이 넘어서 첫 선거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소 투표로 하는 것보다는 실제 현장에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사전투표소를 함께 찾아가봤습니다.

도보로 10여 분 떨어진 곳이지만, 휠체어에 탄 전 씨에겐 곳곳이 넘을 수 없는 장애물입니다.

수시로 오가는 차들을 피해 모텔촌과 공사판을 지나서야 동네 자치회관에 도착했는데, 투표소에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1층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한 뒤 직원에게 건네주는 것인데 전 씨는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전병건/대학생 : 이게 비밀선거인데 제 비밀이 유지되지 않거나, 아니면 도중에 운반하는 과정에서 제 표가 누락될 수 있다는 그런 불안감을…]

투표소 진입이 쉽지 않은 건 이 곳 뿐이 아닙니다.

이 주민센터도 2층에 사전투표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층은 주민들을 위한 업무공간으로 사용해 비좁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사전투표를 위해 마련한 투표소는 3500여 곳입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813곳이 지하나 2층 또는 3층에 투표소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약 다섯 곳 가운데 한 곳 꼴로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겁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이나,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을 수 있는 점자블록 역시 찾아보기 힘듭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예년보다 촉박한 일정 때문에 투표소 섭외와 준비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 : 장애인 단체들과 정기적 간담회 등을 통해 함께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선거물품 제작 시 장애인 참여 등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대선 당일에는 전국 13900여개 투표소 가운데 88%가 1층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대선 당일에는 정해진 투표소에만 갈 수 있는데요. 결국 누군가는 또 한 번 발걸음을 돌려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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