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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기증 인체조직'…공공조직은행 '부실 관리' 여전

입력 2020-10-15 21:08 수정 2020-10-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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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증받은 심장판막이나 피부 같은 인체 조직은 공공기관인 공공조직은행을 통해서 아픈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세상을 떠나면서도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기증자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곳이지요. 그런데 공공조직은행이 관리를 잘 못 해서 인체조직을 폐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JTBC는 1년 6개월 전에도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요. 최근에 다시 취재해보니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먼저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사람의 각막과 피부, 뼈 등도 기증할 수 있습니다.

기증을 약속한 사람들의 조직을 채취해서 필요한 환자에게 주는 겁니다.

이걸 맡아 하는 기관이 공공조직은행입니다.

가공 비용이 비싸 민간 조직은행이 취급을 꺼리는 인체조직을 주로 다룹니다.

실제로 기증받은 인체조직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을까.

은행 내부 보고서입니다.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기증받은 양막 2개를 폐기했습니다.

양막은 태아를 감싸는 조직 일부로 각막 이식 수술에 주로 쓰입니다.

한해 기증된 양막은 9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왜 그랬는지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정해진 작업 시간을 초과했습니다.

24시간 안에 가공해야 하지만 늦어진 겁니다.

[한국공공조직은행 관계자 : 한 번은 실수가 되지만, 전문가라는 사람이 똑같은 실수로 조직을 수십 개나 폐기한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같은 해 12월 혈관 2개도 역시 폐기됐습니다.

작업자의 단순 실수가 이유였습니다.

지난해 폐기된 249건의 조직 중 3분의 1 정도의 사유가 '작업 중 불량', 관리 소홀이었습니다.

[노복균/대한성형외과학회 홍보이사 : 기증하신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수 있는 거잖아요. 의료적으로 보면 좋은 의학 재료들이 소실된 것이기 때문에 낭비가 되는 것이고요.]

가공 이후 버려진 경우도 있습니다.

포장이 파손되거나, 보관 냉동고 온도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보관 냉동고를 추가로 들여왔지만, 올해에도 20개가 포장 파손으로 버려졌습니다.

이식에 필요한 인체조직 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기증자 수는 3년 새 반 토막 났습니다.

■ 기증자 동의 없이 업체에 '선심'…채용비리로 수사도

[앵커]

이 은행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소중하게 기증받은 인체조직을 기증자 동의 없이 민간 업체에 무상으로 넘기기도 했습니다. 채용 비리 같은 내부 비리도 있었습니다.

이어서 박준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8년 6월 공공조직은행 직원 A씨는 민간 가공업체 B사 연락을 받고 무상으로 뼈 이식재를 보냈습니다.

기증자에게 알리거나 허락받지 않았습니다.

사내 승인 절차나 계약서도 없었습니다.

1년쯤 지나 내부 고발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은행은 A씨가 내부 행동강령을 위반해 특정 민간업체가 부당 이득을 취한 걸로 판단했습니다.

은행은 B사가 얻은 부당 수익을 돌려받았습니다.

하지만 복지부 등 상급기관엔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A씨에겐 '엄중 경고' 처분만 내려졌습니다.

[공공조직은행 관계자 : (사건을 1년 넘게 인지 못 했는데) 내부적으로 신고가 없었으면, 인지를 했어도 조직 밀매로 조용히 넘어갔을 사안입니다.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에서는 덮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은행은 3년 전에도 복지부 감사로 30건 넘게 지적받았습니다.

채용 비리와 부당 월급 수령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JTBC 보도 이후엔 식약처도 점검에 나섰습니다.

길게는 4개월까지 업무정지를 당했습니다.

(자료 :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
(영상디자인 : 강아람·유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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