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대주주가 불과 0.05%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해온 게 드러났죠. 이렇게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 계열사 꼬리 잇기, 즉 순환출자를 이용해 왔습니다. 이사회 같은 절차도 건너뛰고 총수가 말 한마디로 임원을 해임, 선임하는 이른바 황제경영 관행도 문제입니다. 물론 롯데가 유독 심한 편이지만, 우리 대기업 상당수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정엽 기자입니다.
[기자]
롯데그룹은 연 매출 83조원에 8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5대 대기업 집단입니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05%, 가족 지분을 모두 합쳐도 2.41%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계열사 장악이 가능한 건 416개에 이르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덕분입니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에서 롯데알미늄 등 여러 계열사를 거쳐 다시 롯데쇼핑으로 되돌아오는 구조입니다.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지키려는 겁니다.
우리나라 전체 대기업이 가진 순환출자 고리수의 90%를 롯데그룹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부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인 2년 전까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무려 10만개에 달할만큼 지배구조가 전근대적이었습니다.
이른바 황제 경영의 폐해도 드러났습니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법적 효력이 없는 신 총괄회장의 임명장 등으로 그룹 경영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룹 경영이 주주총회나 이사회 등의 공식 절차보다 총수의 말 한마디로 움직여 왔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