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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돈 뽑아주면 일당 10만원" 손쉬운 알바? 알고 보니

입력 2021-11-17 20:32 수정 2021-11-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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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이스피싱 조직은 돈만 뜯어가는 게 아닙니다. 당장 일자리가 급한 사람들을 범죄에 발들이게 합니다. 대부업체 아르바이트인 것처럼 속이고, 범죄 수익을 현금으로 뽑아오도록 시킵니다. 일당 10만원을 받고 1억원을 뽑으려다가 사기 공범으로 붙잡힌 한 아르바이트생 모습 보시죠.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1일 밤 한 남성이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로 향합니다.

한손에 큰 가방을 들었습니다.

카드 여러 장을 바꿔가며 기계에 넣고 빼고를 반복합니다.

수상하게 여긴 주변 사람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오만원권으로 수백장을 뽑아서 가방에 담습니다.

경찰이 곧바로 A씨의 카드와 가방을 압수합니다.

조사 결과, 30대 남성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현금을 인출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조직은 일당 10만원을 주면서 1억원을 빼오라는 지시를 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A씨는 대부업체의 아르바이트라는 말을 듣고 심부름을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로 폐업 위기에 놓였던 30대 자영업자 B씨 역시 온라인 구인광고에 넘어갔습니다.

[B씨 : 금융채권회사더라고요. 아침 8시,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끝나는…일당 9만원이었습니다.]

역시 돈을 뽑거나 이체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B씨 : 어디로 이동하라고, 가서 기다려라. 돈을 갚을 채무자가 나왔는데 그분한테 돈 받으면서 계좌번호로 이체하는…]

두 건을 처리했는데 B씨가 연루된 사기 피해 금액은 5천만원이었습니다.

B씨는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습니다.

[B씨 : 너무 바보 같기는 한데 당시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손쉬운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은 평범한 사람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취업이 급한 20대와 30대뿐만이 아닙니다. 소득이 불안정한 40대 이상도 이런 현금인출 아르바이트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신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주부인 50대 C씨는 경찰에 체포된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C씨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분한테 감사하죠. 저를 마지막에 신고해서 잡은 사람.]

C씨는 피해자들의 현금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했습니다.

8건에 가담한 대가로 받은 돈은 20만원입니다.

C씨는 대출금을 받아오는 대부업체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C씨 : 제가 알았다면 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았을 텐데 제가 무지해서 죄를 지었잖아요.]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붙잡혀 다음달 15일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직 경찰관이 지난 1년 간 서울의 31개 경찰서에서 붙잡힌 보이스피싱 현금 인출책 500여명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20대와 30대가 전체 절반가량입니다.

눈에 띄는 건 40대 이상 중장년층입니다.

40%가 넘는데, 2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득이 불안정해진 중장년층이 범죄에 많이 연루된 걸로 해석됩니다.

대부분이 온라인 구인광고를 통해 인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홍순민/서울광진경찰서 강력팀장 : 이런 식의 알바는 의심해야 한다고 미리 알려줘야 합니다. 무고한 사람이 보이스피싱의 도구로 활용돼서 버려지는 상황을 빨리 막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서울강남경찰서)
(영상디자인 : 김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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