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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러 간다 했는데…" 연락 두절에 애끓는 가족·친구들

입력 2014-10-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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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러 간다 했는데…" 연락 두절에 애끓는 가족·친구들


"중학교 친구 4명이 판교 테크노벨리축제 공연에 간다고 했는데, 사고난 이후로 연락이 안 돼 친구들이 흩어져서 찾고 있어요."

17일 오후 5시53분께 성남 판교테크노벨리 야외광장 공연장 인근 환풍구가 무너져 수십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이송된 병원에는 혹시 가족과 친구들이 사고를 당하지나 않았을까 노심초사 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직후 친구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분당 차병원으로 황급히 달려온 박모(19)양은 "중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 4명이 오늘 테크노벨리에 간다고 했었는데 지금 연락이 안 된다"며 "대학 수시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갔었는데…"라고 초조해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연락이 되는 친구들이 모두 병원으로 흩어져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상자 명단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빨리 친구들의 소식로부터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가족의 이름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다른 병원으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인근 학교 교사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병원에 대기하고 있다.

신원을 확인한 부상자 가족이나 사망자 유가족들은 사망자의 이름을 부르며 황망한 표정으로 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이날 오후 10시40분께 분당제생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신원미상의 한 시신을 확인하러 온 가족들은 이내 통곡했다.

응급의료센터 밖으로는 "엄마 왔는데 일어나봐"라는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가족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응급실 안에 있던 경찰에게 슬픔을 억누르고 사고 경위를 물었다.

딸을 찾으러 온 또 다른 엄마, 아빠는 딸의 머리 길이와 키 등 인상 착의를 반복해서 설명하며 딸이 이 병원에 있는지 확인했다. 병원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다.

한 여성은 울먹이며 원무과에 어머니의 이름을 재차 확인했다. 마음이 조급해지자 "빨리요"라며 원무과 안내데스크 앞의 유리를 주먹으로 치기도 했다.

이날 사고 이후 공연장을 다녀온 시민들은 평소 옆을 지나던 환풍구 아래가 이 정도로 깊은지 몰랐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다친 회사 동료를 보러 온 노모(33·여)씨는 "1년 넘게 주변 IT회사에 다니면서 점심 먹을 때마다 지나다녔는데 이렇게 깊은지 몰랐다. 지하 4층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깊이를 가늠하거나 위험을 느끼기 어려운 형태"라고 말했다.

노씨는 "학생들이 주로 올라갔다고 보도가 나왔는데 대부분 편한 복장을 한 인근 IT계열사 직장인"이라며 "현장에 안전요원이 없었던 것 같다. 안전요원이 있었으면 그 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판교에서 일하는 조모(42)씨 역시 "환풍구가 지면으로부터 1m 정도 높이여서 별다른 안내문이 없어도 사람들이 잘 올라가지 않는 곳"이라며 "단순히 환풍구라고만 생각했지 그렇게 깊은 곳인지는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까지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시신은 분당차병원과 분당제생병원, 삼성중앙병원과 도원병원 등에 각각 안치돼 있다. 부상자들은 분당차병원과 분당제생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에 각각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사고는 야외광장 공연장에서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이 진행되던 중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려는 관람객들이 환풍구 위로 몰리면서 환풍구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환풍구 덮개는 가로 3m, 세로 4m 규모이며, 바닥까지는 지하 4층으로 높이가 20m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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