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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20m 추락 후 구조 도왔다는 '의인' 알고보니 '가짜'

입력 2014-10-18 12:18

한 언론매체 진위여부 확인 없이 보도했다 전문 취소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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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매체 진위여부 확인 없이 보도했다 전문 취소 해프닝

판교 20m 추락 후 구조 도왔다는 '의인' 알고보니 '가짜'


17일 발생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 환풍구 붕괴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수습을 도왔다는 40대 의인은 알고 보니 '가짜'였다.

더욱이 이 남성은 사상자들이 이송된 병원에 나타나 사고 부상자라고 주장하며 치료를 받는가 하면 대책본부 관계자와 취재진들을 붙잡고 사고를 직접 경험한 듯 당시 상황을 전했고, 국내 한 유력 언론매체는 이 거짓말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쓴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해당 언론매체는 '거짓 의인' 말만 믿고 기사를 내보냈다가 황급히 해당 기사를 내리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국민 대다수가 안타까움을 안고 지켜보는 재난현장에 대해 사실 확인조차 없이 무책임한 보도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테리어업을 하는 강모(47)씨는 테크노밸리 주변 공사현장 방문을 마치고 동료 1명과 함께 오후 5시45분께 광장을 찾았다. 그는 환풍구 시설 끝 시멘트 턱에 걸터앉아 공연을 지켜보다 덮개가 무너지며 추락해 20m 아래로 떨어졌다.

먼저 추락한 관람객들 위로 떨어진 강씨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먼지가 가득한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의식이 남아있는 부상자들을 구하는 등 현장 수습을 도왔다.

이후 도착한 구조대를 도와 구명줄로 사상자들을 환풍구 위로 끌어올렸고 이후 자신도 올라와 구급차 뒷좌석이 아닌 앞좌석에 타고 분당제생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하지만 소방당국과 병원 측에 확인한 결과 강씨의 이 같은 의로운 행동은 사실과 많이 달랐다.

우선 소방 구조대가 사상자를 구조할 때 구명줄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 구조 활동을 담당한 분당소방서 관계자는 "사상자 전원을 지하주차장을 통해 구조했다"며 "사상자들이 팔과 다리에 골절상을 많이 입어 구명줄을 이용하기 어려운데다 지하 20m 깊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아 시도했다가 중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골절 환자는 구명줄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구조 후 들것에 실어서 이송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사고 발생 3시간 뒤인 오후 9시를 넘겨 사상자들이 이송된 분당제생병원에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이번 사고의 부상자라며 치료 받기를 원했다.

병원 측은 사고 부상자라는 강씨의 주장에 사고대책본부가 발표한 부상자 명단에도 없는 강씨를 사고 부상자로 포함했다.

추후 대책본부 측으로부터 "강씨는 119구조대가 이송한 사람이 아니고 본인이 스스로 이송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전해 듣고서야 부상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말도 계속 바뀌었다. 구명줄에 의해 구조됐다고 말하다가도 또 다른 사람에게는 환풍구 아래에서부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고 황당한 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병원에 있는 취재진들에게 접근해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며 "이번 사고는 안전관리 부실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라는 원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0m 높이에서 추락했다던 강씨는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까지 받았지만 이상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의료진이 검진 기록에 대한 서명을 요구하자 "부상자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라는 말을 남긴 채 유유히 사라졌다고 대책본부는 설명했다.

결국 강씨의 말만 듣고 그를 '의인'으로 미화했던 언론사는 "당사자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져 전문을 취소한다"는 글과 함께 온라인상 게재됐던 해당 기사를 내렸다.

이날 해프닝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부를 사칭한 홍가혜(26·여)씨가 모 방송사와 거짓 인터뷰를 한 사례와 비슷하다. 당시 홍씨는 정부가 민간잠수부의 구조활동을 막았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됐다 3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발생시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거나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 지난 9월 '언론 단체 제정 재난보도준칙'을 만들었다.

재난보도준칙 제2장 제12조에 따르면 재난과 관련해 인터뷰나 코멘트를 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전에 신뢰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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