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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폭행 여전…공군, 피해병사에 합의 강요

입력 2015-04-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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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군의 전투비행단에서 병사가 동기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하고도 군 당국의 보호조치는 커녕 군 지휘관이 나서 합의를 강요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 인권센터는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윤 일병 1년, 여전히 진행 중인 군대폭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또 다른 윤 일병이 여전히 고통 속에서 울고 있다"고 고발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정 상병은 공군1전투비행단 입대 후 지난해 10월 말부터 4개월 간 매일 생활관에서 동기병 3명으로부터 폭행과 욕설, 가혹행위 뿐 아니라 성기를 잡히는 등 성추행까지 당했다.

특히 가해자들은 다른 생활관에서 부른 후임병들에게 "너희도 까불면 이렇게 된다"며 정 상병을 관물대에 밀어 넣고 폭행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했다. 가해자들은 정 상병에게 '암 덩어리', '식충이'라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견디다 못한 정 상병은 지난 1월8일 주임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같은 달 12일까지 성추행에 시달리다 주임원사에게 병원에 데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대장은 정 상병에게 생활관 복귀를 명령했다.

결국 정 상병은 지난달 26일 청원 휴가를 나오기 전까지 단 한 번의 치료도 받지 못하다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격리보호병동에 긴급 입원했다고 군 인권센터는 전했다.

군 인권센터는 "정 상병은 치욕스러운 나머지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주임원사는 사건이 알려진 올해 1월 중순부터 매일 정 상병을 불러 '(가해자가) 빨간 줄만 안 갔으면 좋겠다, 가해자도 내 새끼다, 군대 와서 불쌍하잖아'라는 말을 하며 합의를 강요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대대장 또한 1달 넘게 합의를 강요했지만 합의가 되지 않자 주임원사는 가해자들을 대대로 불러서 합의를 강요했다"며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해야 할 주임원사와 대대장이 앞장서 정 상병의 소재를 알려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상병은 1개월 넘게 매일 합의를 강요당하면서 극도의 불안에 휩싸여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합의서에 서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 상병이 서명한 합의서로 인해 가해자 2명은 공소권 없음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주범인 A상병만 구속기소 됐다.

정 상병의 아버지는 아들이 합의한 사실을 재판과정에서야 알게 됐다. 아들로부터 몰래 "나 좀 살려달라"는 쪽지를 건네 받고는 가슴이 무너져내렸다고 전했다.

군 인권센터는 "군 당국은 정 상병이 성인이라 아버지께 알릴 필요가 없었다는 억지주장을 한다"며 "정 상병이 외상후스트레스로 인지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합의를 본 것이기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상병은 최근 국군수도병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확진 판정에 따라 30일간 병가를 받았지만 소속 부대인 공군1전투비행단은 이러한 사실 조차 모르고 부대 복귀를 종용했다.

이번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소속 부대는 군 관련규정을 들먹이며 정 상병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군 인권센터는 "사건을 은폐 축소하기 위해 합의를 강요한 대대장과 주임원사를 즉각 보직해임하고 사법처리 해야 한다"며 "강요죄뿐 아니라 직무유기죄, 직권남용죄 등에 대한 법률적인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관할하는 공군제1전투비행단 보통군사법원은 지난달 17일 한 차례의 공판만으로 변론을 종결했다.

이를 두고 군 인권센터는 "30분 만에 피고인 신문과 구형까지 졸속으로 진행했다"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공군본부 보통군사법원으로 이관하고 군사법원은 피해자의 진단을 근거해 폭행치상 또는 강제추행지상죄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한 가해자 2명에 대해선 "합의강요 과정을 재수사해 폭행과 모욕죄로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공군은 기자회견 직후 입장자료를 통해 "별도로 합의를 종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의 외상은 수사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치료 요구도 없었다"며 "지휘계통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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